요즈음 중소기업들은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할 정도로 절막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중소기업 수난시대다. 전자·정보통신 관련 중소기업들의 부도가 심각한 것만 봐도 살얼음판의 경영환경을 읽을 수 있다.
중기청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현재 국내 중소기업의 부도업체 총수는 1만7천6백5개로 97년 한해 동안에 발생한 총 부도업체수 1만7천1백68개를 초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보통신연구관리단이 정보화촉진기금을 지원받은 전자·정보통신 중소기업체 중 부도로 기금 원금상환조치가 내려진 업체도 7월 말 현재 81개사(1백26개 과제)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은행들이 대대적인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소기업 대출조건 등을 까다롭게 심사하고 있어 연말 자금난에 봉착한 전자·정보통신 중소기업의 부도가 줄을 이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더욱이 현재 부도난 업체에 다른 업체들이 연대보증·상호보증을 실시한 경우가 많아 은행들이 보증인에 대한 채권회수조치를 취할 경우 기업들의 연쇄부도까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정보화기금 수혜업체들의 부도증가는 기술성·사업성 등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전자·정보통신 관련 벤처업체들도 도산위험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소기업 정책의 방향성을 알려주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격류 속에서 우량 중소기업들까지 수난을 당하고 있음은 예삿일이 아니다.
형식적인 중소기업 정책으로는 한계상황을 돌이킬 수 없다는 진단이다.
정부도 중소기업 지원에 발벗고 나서고 있긴 하다. 대책회의도 자주 열리고 지원책도 다양하게 쏟아진다.
정부가 경제회생의 해법을 중소기업에서 찾고 있는 것은 올바른 방향으로 볼 수 있다. 중소기업이 전체 사업체 수의 99%를 차지한다는, 평면적인 비중만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세계 경제의 논리가 이제 「규모의 경제」에서 「기회의 경제」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미래학자나 경영컨설턴트들이 21세기를 「중소기업의 시대」라고 정하고 있는 것이 좋은 본보기다.
벤처기업의 활력이 중병의 미국경제를 되살려냈음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작고 유연하면서도 창의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중소기업만이 변화무쌍한 정보시대의 환경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처방전이 실제로 중소기업을 살리지는 못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중소기업 육성은 말처럼 그렇게 쉬운 게 아니다.
정부 차원의 계속적인 정책발표와 변함없는 지원의지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변하지 않는 것은 중소기업이 고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고통은 여전히 가시지 않는다. 중소기업이 하루 1백여개꼴로 쓰러지면서 내수·수출 업체 가릴 것 없이 부도망령에 시달리는 한 그 어떤 구제정책도 의미부여가 안되는 것은 당연하다.
중소기업인들은 체감지수를 높이라고 요구한다. 현격히 벌어진 정부 정책과 집행간의 괴리를 합치시키지 않는 한 중소기업 지원책은 허울에 지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정부가 아무리 좋은 중소기업 지원정책을 내놓는다 해도 실제 돈줄을 쥐고 있는 은행창구가 막혀 있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은행만을 닦달할 게 아니다. 지급보증을 받아도 왜 돈을 못 빌리는지, 신용장을 쌓아놓고서도 왜 부도를 내는지 정확하게 짚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이 설 자리를 만들어줘야 한다. 국민적인 사랑과 관심이 중소기업의 용기를 북돋워줌은 물론이다. 중소기업에 힘을 실어주고 경제회생의 주역으로 키우는 일은 정부뿐만 아니라 국민의 몫이기도 하다.
진정한 중소기업 시대가 올 수 있도록 현재의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만들어내는 합심노력이 필요한 때다.
오피니언 많이 본 뉴스
-
1
[콘텐츠칼럼]게임 생태계의 겨우살이
-
2
[ESG칼럼] ESG경영, 변화를 멈출 수 없는 이유
-
3
[ET단상] 자동차산업의 SDV 전환과 경쟁력을 위한 지향점
-
4
[ET톡]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 희망고문
-
5
[ET시론]정보화 우량 국가가 디지털 지체 국가, AI 장애 국가가 되고 있다
-
6
[人사이트]박세훈 근로복지공단 재활공학연구소장 “국산 고성능 의족, 국내외 보급 확대”
-
7
[디지털문서 인사이트] AX의 시대와 새로운 디지털문서&플랫폼 시대의 융합
-
8
[김태형의 혁신의기술] 〈21〉혁신의 기술 시대를 여는 서막(상)
-
9
[전화성의 기술창업 Targeting] 〈333〉 [AC협회장 주간록43] 2025년 벤처 투자 시장과 스타트업 생태계 전망
-
10
[김종면의 K브랜드 집중탐구] 〈29〉프로스펙스, 우리의 레이스는 끝나지 않았다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