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특강] IEEE1394의 새 제어방식 "SIPHOT"

권희민(權熙珉)

74년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졸업

81년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이학 박사

78∼80년 프랑스 Institute Laue Langevin Grenoble 연구소

80∼82년 스위스 핵연구소

82∼83년 미국 CIT 연구원

83∼96년 미국 KODAK社

96년∼ 현재 삼성전자 기술총괄 멀티미디어연구소 소장

전자 제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여러 기기들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는 없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졌을 것이다.

현재 우리들이 사용하고 있는 전자 제품은 단품으로는 성능과 기능이 우수한 제품이 많이 출시되어 있지만 이것들을 사용하려면 각기 따로 제어해야만 하는 불편함이 따랐다. 영화 등을 보기 위해서는 TV, VCR, LDP 리모콘을 각각 눌러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으며 또한 이러한 기기들을 연결하기란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AV시스템을 구성하고 뒷면을 한번 보면 신호선들로 인한 거미줄이 형성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방법들이 논의됐지만 아날로그 시대에서는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AV 기기들의 디지털화에 따른 멀티미디어 시대를 맞아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IEEE1394가 제안됐다. 이는 각종 디지털 영상/음성신호 및 데이터를 1개의 선(Wire)을 이용, 실시간으로 각 기기간에 주고 받을 수 있도록 고안됐다.

1394인터페이스는 지난 86년 애플(Apples)사가 파이어와이어(FireWire)라는 고속 시리얼버스(Serial Bus)를 개발한 이후 95년 IEEE로부터 표준으로 인증을 받았다. 공식 명칭은 IEEE 1394-1995.

IEEE 1394의 특징은 우선 고속 데이터전송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AV기기에 사용하기 위해 고안됐으면서도 현재 전송속도 4백Mbps 지원이 가능하며 수Gbps급 지원이 가능한것도 개발중이다.

또 기기간 시리얼로 연결해 사용하고 최대 63개의 기기연결이 가능하며 기기간 거리가 4.5m이내이다. 그리고 와이어구조는 1개의 케이블안에 6개의 선(전원과 접지선, 2쌍의 신호선)으로 구성되어 있다. 최근 4개의 선으로 구성된 케이블도 개발중이다.

1394에 의한 디지털 기기간 통합으로 사용자는 하나의 기기(디지털TV 또는 PC)를 통해 다른 기기들을 제어할 수 있는 환경 즉, 리모컨 하나로 모든 기기들을 제어할 수 있는 편리성을 제공받을 수 있다.

예를들어 사용자는 DTV를 보다가 DVCR를 보고 싶을 경우 DTV 리모컨의 메뉴키를 누르면 화면에 여러 기기들의 메뉴가 나타나고 이때 DVCR를 선택하면 DTV는 DVCR에게 「전원 켜짐(Power On)」 등과 같은 필요한 제어명령 코드(Control Command Code)들을 1394를 통해 전송하고 다시 DTV는 화면에 DVCR를 제어할 수 있는 메뉴(play, FF, REW, Stop∥)를 띄운다.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을 선택하면 DTV는 이에 해당하는 명령코드를 DVCR에 전송하고 DVCR는 이 명령코드를 해독하여 필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디지털 영상/음성신호를 1394를 통해 DTV에 보내어 화면에 표시하게 된다.

이같이 여러 기기간 통신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기기간에 서로 약속된 제어명령어들이 설정되어 있어야 한다.

위의 예에서 보듯이 DTV와 DVCR간에 서로 약속된 제어명령어들이 없었다면 서로를 제어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또한 명령어 세트의 문제점이기도 하다. 미래에 출현할 디지털 기기들을 모두 예상하여 명령어 세트들을 미리 정의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1394의 규격이 틀을 갖추어가자 소니, 톰슨 등 여러 회사에서 이를 이용한 디지털 인터페이스에 대한 규격을 제안하기 시작했다. 소니는 이미 1394를 채용한 DVC(디지털 캠코더)를 판매하고 있기도 하다.

앞서 설명했듯이 디지털 AV기기들을 연결하여 제어하기 위해서는 제어명령어들에 대한 소니, 톰슨 등이 제안한 규격에 대해 간단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소니는 지난 95년부터 마쓰시타, 필립스 등과 함께 AVC CTS(Audio Video Control Command Transaction Set)라는 규격을 제안했다. 이 규격은 EIA R4.7에서 DTV I/F의 명령어 세트(Command Set) 규격화 작업을 진행중이다.

톰슨도 소니 방식과 유사한 CAL(Common Application Language)이라는 규격을 제안했다. 이 규격도 EIA R4.1에서 DTV I/F의 규격화 작업을 진행중이다.

이들 두 규격의 공통점은 기기간 서로 약속된 제어 명령코드(Control Command Code)를 사용하기 때문에 약속된 모든 명령어들을 제어역할을 하는 DTV나 PC가 모두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다만 차이점은 서로의 제어 명령코드의 내용(Format)만 다르다는 것이다.

소니 및 톰슨 규격의 문제점은 새로운 기능을 갖는 기기 출현시 기존에 정의된 제어명령어 외에는 지원이 안된다는 점이다. GUI(Graphic User Interface)의 지원도 안된다. 향후 디지털기기에서는 사용자의 편리성을 위한 GUI의 전송은 필수적이다.

이처럼 제어명령어 방식의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SIPHOT(Samsung IP based HOme Theater)이 제안됐다.

SIPHOT은 제어명령 방식이 아닌 GUI(Graphic User Interface) 전송에 의한 제어 방식으로 각각의 기기들은 가상의 IP 주소(Address)를 가지고 웹사이트(Web Site)처럼 동작한다. 각 기기들은 고유의 GUI와 기능들을 HTML(Hyper Text Markup Lauguage) 웹 페이지의 형태로 가지고 있으며 주변기기들의 요청시 1394를 통해 이를 전송한다. 이는 PC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과 유사하다. 사용자는 DTV(클라이언트)를 이용하여 인터넷에서 웹페이지를 접속하듯이 DVCR 등 주변기기들(Server)에 접근하여 여러 기능 버튼을 클릭함으로써 제어할 수 있다.

SIPHOT에서 주변기기들은 자기 고유의 GUI와 기능(Function)을 HTML 파일로 갖고 있어야 하고 이를 클라이언트에 전송하고 명령을 수신하기 위해 HTTP(Hyper Text Transfer Protocol)를 구현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SIPHOT이 기존 소니, 톰슨 등이 주장한 제어명령 규격을 포함한 한층 더 포괄적인 규격이라는 것이다.

DTV를 통해 DVCR를 제어하고자 하는 것으로 SIPHOT을 설명하면, 우선 DTV는 사용자가 DVCR를 선택했다는 정보를 1394를 통해 DVCR에게 보낸다. 그리고 DVCR는 GUI의 HTML 파일을 1394를 통해 DTV의 웹브라우저에게 전송하면 DTV 화면에는 다음과 같은 GUI가 만들어진다.

사용자는 리모컨을 이용해 커서를 원하는 위치(예 Play)에 놓고 클릭한다. 이때 DTV의 웹브라우저는 「Play」라는 제어명령코드가 아닌 클릭된 위치 데이터만 DVCR로 1394를 통해 전송한다.

DVCR는 전송 받은 위치 데이터를 분석하여 이것이 「Play」 명령이라는 것을 알고 실행한다. 그리고 영상/음성 데이터를 1394를 통해 DTV로 전송한다.

사용자는 DTV 화면을 통해 DVCR에서 보내 오는 영상/음성을 감상한다.

SIPHOT의 장점은 우선 복잡한 제어명령어들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SIPHOT은 제어명령어 규격도 포함하고 있음)그리고 GUI의 전송이 가능하며 새로운 기능을 갖는 기기들의 접속이 용이하고 IP를 사용하므로 외부 인터넷에서 기기들의 접속도 쉽다는 점이다.

SIPHOT에 관한 국제 표준화 활동을 보면 97년 7월 VESA(Video Electronics Standards Association) 홈네트워크회의(Home Network Meeting)에서 처음 SIPHOT을 제안했다. 또 IEEE1394 TA(Trade Association)에서도 SIPHOT프레젠테이션이 이뤄졌다.

그리고 그해 10월 「VESA홈네트워크위원회」에 제출, 98년 3월 이 위원회에서 시안(Draft) 0.1버전에 SIPHOT 규격 채택을 검토중이다.

98년 4월15일부터 4월17일까지 서울에서 열린 IEEE1394 TA에서는 DTV, DVCR, DBS(Direct Broadcasting Satellite) STB(Set Top Box), PC를 이용해 세계 최초로 동영상을 이용한 SIPHOT 데모를 성공리에 진행했다.

98년 11월에는 추계컴덱스(COMDEX Fall)에서 삼성의 DTV와 소프트웨어를 채용한 IEEE1394 TA데모를 할 예정이다.

SIPHOT은 지금까지 타사(소니, 톰슨 등)에서 제안한 제어명령어방식보다 포괄적이며 진보적인 규격으로 국내기술에 의해 독자적으로 고안된 디지털 인터페이스 규격이다. 이러한 SIPHOT은 GUI의 제공을 위한 IP(Internet Protocol)를 채용하지 않은 타사의 디지털 기기들도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어떠한 기기들과도 시스템 구성이 가능한 호환성의 장점을 지니고 있다.

삼성은 앞서 열거하였던 것과 같이 그동안 국제 표준화 작업중 발생됐던 디지털 인터페이스의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었으며 주도적으로 국제 표준화를 이끌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앞으로 멀티미디어 시대의 모든 가전기기들은 디지털화가 될 것이고 이들 기기들간 디지털 인터페이스 국제 표준화 작업이 우리나라에서 제안한 SIPHOT이 주도하게 되면 우리나라 전자산업에 커다란 획을 긋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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