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연, 은하단 희미한 별빛으로 암흑물질 성질 추적 길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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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개의 은하가 모인 은하들의 도시 '은하단'의 상상도. (AI 생성 그림·천문연 제공)

한국천문연구원이 은하단 내 희미한 별빛인 '은하단내광(ICL)'을 활용해 암흑물질의 성질을 구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천문연은 연구진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은하단의 은하 사이를 떠도는 은하단내광이 가스와 별, 은하보다 암흑물질의 분포를 더 충실하게 따라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15일 밝혔다.

암흑물질은 빛을 내거나 반사하지 않아 직접 관측할 수 없지만 강한 중력으로 은하와 은하단의 구조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현재 표준 암흑물질 모형인 '차가운 암흑물질(CDM)'은 암흑물질 입자끼리 거의 충돌하지 않는다고 가정한다.

반면 '자기상호작용 암흑물질(SIDM)' 모형은 암흑물질 입자 간 약한 상호작용과 산란을 허용해 암흑물질의 공간 분포가 CDM과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연구진은 국제 공동연구로 수행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동일한 초기 조건에서 CDM과 SIDM을 각각 적용한 일종의 '쌍둥이 우주' 실험을 진행했다.

두 가상 우주에서 은하단 2개가 약 130억년 동안 형성·진화하는 과정을 추적하고 암흑물질과 가스, 모든 별, 은하, 중심은하와 은하단내광 등 5개 분포 지도를 시대별로 작성했다. 이후 독자 개발한 통계적 방법을 활용해 각 분포가 암흑물질과 얼마나 유사한지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은하단내광이 가스와 별, 은하보다 암흑물질의 분포를 더 정확하게 따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은하단내광과 암흑물질 분포의 유사성은 적용한 암흑물질 모형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연구진은 실제 우주에서 은하단내광과 암흑물질의 분포가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측정하면 서로 다른 암흑물질 모형을 구별할 수 있는 단서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은하단내광은 은하들이 스쳐 지나가거나 충돌하는 과정에서 떨어져 나온 별들이 특정 은하에 속하지 않은 채 은하단 내부를 떠돌며 만드는 매우 희미한 빛이다.

유재원 천문연 선임연구원은 “표면밝기 30등급 안팎의 은하단내광을 관측한다면 암흑물질 모형을 실제 우주에서 가려낼 수 있을 것”이라며 “기존 입자 검출이나 중력렌즈 분석을 대체하기보다 서로 다른 방법을 독립적으로 교차검증하는 새로운 관측 축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천문연은 은하단내광과 같은 초극미광 천체를 관측하기 위해 국내 기술로 'K-DRIFT' 망원경을 개발했으며, 올해 본격적인 관측에 들어갈 예정이다.

향후에는 K-DRIFT를 통해 확보한 실제 우주의 빛 분포와 다양한 암흑물질 모형을 적용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통합 분석해 표준 암흑물질 모형의 유효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초극미광 관측과 대규모 우주 시뮬레이션, 이론 연구를 연계한 'K-COSMOS(Korea Cosmic Structure & Matter Observatory)' 과제도 추진한다.

곽영실 천문연 기초천문연구본부장은 “천문연은 K-DRIFT를 통한 초극미광 관측기술과 대규모 우주 시뮬레이션 연구 역량을 함께 보유하고 있다”며 “이번 선행 연구를 바탕으로 초극미광 관측과 시뮬레이션, 이론 연구를 하나로 묶은 K-COSMOS 사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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