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핫이슈]눈도 스스로 성장 조절…근시 부르는 신호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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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안과 근시안 풍선 비유 그래픽.

근시는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시력 이상 중 하나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디지털 기기 사용이 늘고 근거리 작업이 일상화하면서 소아·청소년의 근시 문제가 주목받고 있다. 세계 6~19세 아동·청소년의 근시 유병률은 1990년대 24.3%에서 2020년대 초 35.8%로 증가했다. 현재 추세가 이어지면 2050년에는 약 40%가 근시를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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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2022년 근시 및 고도근시 실제 자료와 2050년 예측치.

흔히 근시는 눈을 많이 사용해 시력이 나빠지는 현상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근시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성장 과정에서 안구가 지나치게 길어지는 것이다. 눈의 앞뒤 길이가 늘어나면 빛의 초점이 망막보다 앞에 맺혀 먼 곳이 흐릿하게 보인다. 안경이나 시력교정수술로 시력을 교정하더라도 이미 길어진 안구는 원래 크기로 돌아가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과학자들은 안구가 길어지는 원리를 규명하고 성장 속도를 조절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특히 망막이 받아들이는 빛과 신경 신호가 안구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주목하고 있다.

◇눈은 어떻게 성장 속도를 조절할까

안축장은 눈의 앞뒤 길이를 나타낸다. 신생아의 안축장은 약 16~17㎜지만, 성인은 약 23~24㎜까지 길어진다. 이 과정에서 눈은 안축장과 굴절력을 조절해 빛의 초점이 망막에 맺히도록 한다. 이를 정시화라고 한다.

안구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조직은 망막이다. 망막은 빛을 받아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초점 상태에 반응해 눈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신호를 만든다. 이 신호는 망막 바깥의 혈관 조직인 맥락막과 안구의 바깥벽인 공막에 전달된다. 공막의 구조가 변하면 안구의 길이도 달라질 수 있다.

눈이 자라는 데 반드시 뇌의 명령이 필요할까. 과학자들은 이를 알아보기 위해 닭의 시신경을 절단하는 실험을 했다. 1987년 발표된 연구에서 뇌와의 연결을 차단한 닭의 눈에 시각 정보를 제한하자 안구가 길어지고 근시가 발생했다. 망막 일부의 시각 정보만 차단했을 때는 해당 영역의 안구 형태가 변하는 현상도 관찰됐다.

이는 눈이 뇌의 명령에만 의존하지 않고 망막에서 발생하는 국소적인 신호에 따라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최근 생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시신경을 압박해 손상시킨 뒤 특수렌즈로 근시를 유도했다. 정상 생쥐에서는 안축장이 길어지고 근시가 진행됐지만 시신경이 손상된 생쥐에서는 같은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시신경을 통한 신호 전달도 근시 발생에 관여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만 시신경 손상은 망막 신경세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뇌가 안구 성장을 직접 통제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두 연구는 안구 성장이 단순한 신체 성장과 다른 과정임을 보여준다. 눈은 망막에 맺히는 빛의 초점과 시각 정보를 바탕으로 성장 속도를 조절하며, 이 과정에 여러 신경 신호가 관여할 가능성이 있다. 과학자들이 이러한 신호에 주목하는 이유는 근시의 원인이 되는 안구 신장을 늦출 방법을 찾기 위해서다.

◇햇빛이 눈의 성장을 늦춘다?

눈의 성장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요인은 빛이다. 야외활동이 근시 발생을 줄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밝은 빛과 망막의 신경전달물질 사이의 관계가 주목받고 있다.

중국 광저우에서는 초등학교 12곳의 1학년 학생 1903명을 대상으로 학교 수업일마다 야외활동을 40분 늘리는 실험을 진행했다. 3년 뒤 근시 발생률은 야외활동을 추가한 집단이 30.4%, 대조군이 39.5%였다. 상대적으로 약 23% 감소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주목받는 물질은 도파민이다. 도파민은 뇌에서 보상과 운동 조절에 관여하지만 망막에서도 분비된다. 동물실험에서는 밝은 빛에 노출될 때 망막의 도파민 신호가 달라지고 안구 신장이 억제되는 현상이 관찰됐다. 밝은 빛이 망막의 신경세포를 자극하고 도파민을 매개로 눈이 지나치게 길어지는 것을 막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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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시 관리, 평생 눈 건강의 시작.

안구 성장 원리를 활용한 치료법도 등장했다. 근시 진행 억제용 특수 안경렌즈는 망막에 맺히는 초점의 분포를 조절해 안축장 증가 속도를 늦추도록 설계됐다. 저농도 아트로핀 점안액도 근시 진행 억제에 사용된다. 특정 파장의 적색광을 반복적으로 조사하는 치료법은 효과가 보고됐지만 장기 안전성 검증이 더 필요하다.

안구 성장에 관여하는 신호가 규명될수록 근시 진행을 억제하는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할 가능성도 커진다. 대한안과학회가 제시한 연구에 따르면 고도근시 환자의 망막박리 위험은 정시안보다 12.6배 높다. 단순한 시력교정을 넘어 성장기 안구가 지나치게 길어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김찬윤 대한안과학회 이사장은 “근시는 단순히 안경을 착용해 해결되는 시력 문제가 아니라 소아기부터 성인기까지 지속적으로 살펴봐야 할 중요한 눈 건강 문제”라고 말했다.


이상혁 기자 fak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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