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일률적 제한 안 된다”…'새벽배송 제한법' 반발 일파만파

정치권이 택배기사 등 야간노동자의 근로 시간을 법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현장과 업계의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노동자단체는 물론 소비자단체와 정치권에서도 획일적인 시간 규제가 소득 감소와 배송비 인상, 서비스 축소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산업안전보건법·생활물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야간작업을 하루 최대 10시간, 주당 최대 48시간으로 제한하고 연속 야간작업도 최대 3일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택배사업자와 영업점에는 야간작업 관리 의무를 강화하고 할증보수를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현장에서는 근로시간을 일괄적으로 줄이는 방식이 오히려 노동 강도를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간배송으로 얻던 소득이 감소하면 부족한 생활비를 보전하기 위해 낮 시간대 다른 배송이나 배달 등 추가 노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 사업장의 야간근무 시간을 줄이는 것과 노동자 개인의 전체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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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기사들의 반대 여론은 상당하다. 쿠팡노동조합, 비노조택배연합,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등 3개 현장 노동자 단체는 지난 8일 공동성명을 내고 법안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이들은 “현장 실정과 괴리된 획일적 규제는 종사자들의 소득을 감소시키고 부족한 생활비를 메우기 위한 겸업을 부추겨 도리어 총 노동시간과 피로도를 높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법안 발의 의원과의 면담이 불발되자, 지난 7일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실을 방문해 면담하기도 했다.

실제 새벽배송 종사자들도 분명한 규제 반대 입장이다. 쿠팡파트너스연합회(CPA)가 지난달 31일 택배기사 331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5.9%가 작업시간 제한에 반대했다. 수입 감소를 예상한 비율은 97.1%에 달했다. 수입 감소 시 다른 직종과 겸업하겠다(48.8%)거나 택배업을 이탈하겠다(51.2%)는 응답이 주를 이뤘다.

한국노동경제학회가 한국갤럽을 통해 CJ대한통운·한진·롯데·로젠·쿠팡CLS·컬리 등 6개사 택배기사 755명을 조사한 결과 66.5%가 업무시간을 별도로 규제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건강 상태와 숙련도에 따른 자율조절, 수입 감소 우려, 자율적인 스케줄 관리 등이 주요 이유로 꼽혔다.

소비자단체 컨슈머워치는 지난 7일 논평을 내고 새벽배송 시간 규제가 결국 배송비 인상과 서비스 축소로 이어져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배송시간을 법으로 제한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비용 부담이 커지면 배송비나 멤버십 가격 인상 등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야당은 야간작업을 업종과 노동 형태와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제한하면 노동자의 소득 감소와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동시에 키울 수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특히 육아·돌봄·학업 등으로 낮 시간대 근무가 어려워 야간근무를 선택하는 노동자의 근무 선택권까지 제한할 수 있다는 점을 문제로 제기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노동자의 건강권은 당연히 보호해야 한다”면서도 “해법은 일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게 일하고 제대로 쉴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생계를 위해 밤을 선택한 노동자의 밥줄을 끊는 폭력적 규제”라고 비판했다.


윤희석 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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