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고 편하게'서 '맛있고 다양하게'로…간편식 소비 기준 세분화
시장 성장 둔화 속 업체들은 초간편·즉석밥·건강식으로 차별화

국내 간편식 시장이 올해 7조5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빵이나 소스류 규모를 간편식이 이미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편의점이나 마트 한칸을 겨우 차지하던 간편식이 이제 식품·유통업계의 핵심 카테고리로 등극했다. 고물가로 외식과 배달 음식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집에서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다만 시장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의 선택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저렴하고 조리가 쉬운 제품보다 맛과 메뉴 다양성, 건강성까지 따지는 소비자가 늘면서 식품업체들의 경쟁도 세분화되는 모습이다.

◇ 커지는 시장, 까다로워진 소비자
간편식은 별도의 손질이나 조리 과정을 최소화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만든 식품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즉석밥·국·탕류 등 즉석조리식품을 비롯해 도시락·김밥 등 즉석섭취식품, 샐러드 등 신선편의식품, 간편조리세트(밀기트) 등이 포함된다.
7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간편식 시장은 2020년 4조 4254억원에서 올해 7조 5000억원(전망치)로 급속하게 성장했다. 2024년 규모 대비 3.3% 성장률로, 성장률 자체는 둔화됐지만 1인·맞벌이 가구 증가와 외식비 상승 부담 등을 배경으로 다시 한번 더 큰 성장 곡선을 그릴 가능성도 점쳐진다. 동시에 가성비 중심 실속형 제품과 건강·프리미엄 간편식이 함께 확대되는 구조적 양극화가 나타날 것으로 분석했다.
또 다른 통계에서는 이미 간편식의 한 품목군인 즉석섭취·편의식품류는 생산액이 소스류·빵류를 제친 것으로 확인됐다. 식약처의 2025년 생산실적에 따르면 국내 식품산업 전체 생산액은 119조7372억원이다. 이 가운데 식품·식품첨가물·용기포장 등을 포함한 '식품 등' 생산액은 76조6515억원이다. 이 중 즉석섭취·편의식품류는 생산액 6조381억원으로 소스류·빵류를 제치고 가장 큰 품목군에 올랐으며, 전체 가공식품 생산실적의 20.2%를 차지했다.
실제 소비자들의 식생활에서도 간편식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KREI 가공식품 소비자태도조사에서 '전체 식품 소비 가운데 간편식 지출 규모가 가장 크다'고 답한 가구 비중은 2023년 6.2%에서 2024년 9.1%, 2025년 9.2%로 높아졌다. 간편식이 외식이나 직접 조리를 대신하는 보조 수단을 넘어 가정의 식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꾸준히 늘어나는 모습이다.
소비자들의 구매 빈도가 높아지는 동시에 간편식을 찾는 이유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식품소비행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즉석조리식품을 주 1회 이상 구입하는 가구 비율은 25.4%로 전년 22.2%보다 높아졌다. 즉석섭취식품 역시 같은 기간 25.7%에서 30.3%로 상승했다. 반대로 '구입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즉석조리식품이 25.1%에서 18.2%로, 즉석섭취식품은 19.5%에서 15.2%로 낮아졌다. 밀키트와 신선편의식품 역시 비구매층이 감소했다.
간편식 구매 이유에서는 가격과 편의성이 여전히 핵심이지만 맛과 다양성을 중시하는 소비도 뚜렷해졌다. 2025년 가공식품 소비자태도조사에서 '조리하기 번거롭고 귀찮아서'라는 응답이 27.6%로 가장 높았다. '재료를 사서 조리하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들어서'가 16.8%, '직접 조리할 시간이 없어서'가 14.1%로 뒤를 이었다.
그런데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어서'라는 응답은 13.5%, '간편식이 맛있어서'는 9.4%였다. 두 항목을 합친 22.9%가 비용 절감(16.8%)과 시간 절약(14.1%)을 각각 웃돌았다.
이는 간편식을 선택하는 기준이 단순한 가격과 편의성에서 한층 넓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소비자는 여전히 '얼마나 편하게 먹을 수 있는가'를 중요하게 보지만, 이제는 '무엇을 먹을 수 있는가'와 '맛이 있는가'까지 함께 따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 더 편하게, 더 맛있게, 더 건강하게…업체별 '성장 공식'

식품업체들은 소비자의 선택 기준이 다양해지는 흐름에 맞춰 각자의 강점을 살린 제품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대상 청정원 호밍스는 편의성을 한 단계 더 높이는 방식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선보인 '초간편 국물요리'는 해동 없이 물을 넣고 끓인 뒤 180초 만에 완성할 수 있도록 했다. 출시 1년 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 봉을 넘어섰고, 올해는 국물요리 제품을 12종으로 확대하는 동시에 '초간편 볶음요리' 5종도 선보였다.
기존 간편식의 장점인 조리 편의성을 유지하면서 해동 과정까지 줄이는 방식이다. 단순히 제품을 다양하게 늘리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실제 조리 과정에서 느끼는 불편을 줄여 '더 간편한 간편식'이라는 차별점을 만드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동원F&B는 즉석밥에서 맛과 품질을 차별화 요소로 내세우고 있다. 지난해 선보인 '양반 100밥'은 쌀과 물만 사용하고 120도 이상의 고온·고압 가마솥 방식으로 밥을 짓는 특허 공법을 적용했다. 130g 소용량으로 구성해 한 끼 식사량을 조절하려는 소비자도 겨냥했다.
즉석밥 시장이 이미 보편화된 상황에서 단순히 '밥을 간편하게 먹는다'는 것만으로는 차별화하기 어려운 만큼 밥맛과 조리 방식, 용량 등에서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한 것이다. 여기에 즉석밥을 비롯한 한식 간편식의 해외 진출도 확대하면서 국내에서 쌓은 제품 경쟁력을 글로벌 시장으로 연결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오뚜기는 건강성을 간편식의 새로운 경쟁 요소로 가져가고 있다. 저당·저염 제품과 고단백 제품을 확대하면서 맛과 영양을 함께 고려하는 소비자를 공략하는 방식이다. 프리미엄 국·탕류 등 메뉴를 다양화하며 건강과 품질을 동시에 원하는 수요에도 대응하고 있다.
CJ제일제당과 풀무원 등도 한식 메뉴와 프리미엄 간편식 제품군을 확대하며 소비자 선택지를 넓히고 있다. 업체마다 공략하는 지점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간편식의 기본 기능인 '간편함'에 새로운 가치를 더하는 방향이다.
간편식 시장의 다음 경쟁은 '얼마나 많이 파느냐'에서 '왜 이 제품을 선택하게 만드느냐'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고물가가 간편식 시장의 외연을 넓혔다면, 시장의 성숙은 소비자의 눈높이를 높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간편식이 보편화되면서 소비자들이 가격이나 조리 편의성만 보고 제품을 선택하기보다는 맛과 품질, 건강성 등을 함께 고려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업체들도 자신들의 강점을 살린 차별화된 제품을 통해 세분화된 수요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소진 기자 soji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