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이노텍이 반도체 유리기판 제조에 독자 개발한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다. 제품 신뢰도와 생산성을 동시에 끌어올려 치열해진 글로벌 반도체 유리기판 상용화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포석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은 반도체 유리기판 공정에 자체 AI 기술을 접목해 미세 균열(마이크로 크랙) 검사 효율을 극대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미세 균열의 다양한 형태와 크기에 관한 데이터를 축적하며 AI 검사 모델 정밀도를 고도화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안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LG이노텍이 자체 AI 모델로 미세 균열 검사 성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리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결함 유형 분류부터 유리기판 공정에 미치는 영향까지 다각적인 데이터를 학습시켜 AI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반도체 유리기판은 고성능 AI 반도체 수요에 대응할 차세대 패키징 기판으로 꼽힌다. 기존 플라스틱(유기) 기판 대비 열에 의한 휨 현상이 적고 초미세 회로를 구현하기 유리해서다. 삼성전자, 인텔, AMD, 브로드컴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과 빅테크가 앞다퉈 채택을 검토한다.
하지만 마이크로미터(㎛) 이하 단위의 미세 균열은 유리기판 상용화를 가로막는 최대 난제다. 신호 전달 경로인 글라스관통전극(TGV) 형성, 금속 배선(메탈라이징), 기판 절단 등 복잡한 공정 전반에서 발생하지만, 크기가 극도로 작아 기존 방식으로 완벽히 검출하기 어렵다.
이러한 미세 균열을 초기에 잡아내지 못하면 후속 공정 중 기판이 깨지거나 박리되는 '세와레' 현상이 일어난다. 단 하나의 미세 균열로도 고가의 기판 완제품 전체를 폐기해야 하는 치명적인 수율 저하를 낳는다.
한 유리기판 업계 관계자는 “유리 소재 특성상 미세 균열 발생 변수가 무수히 많지만 이를 제어하는 건 쉽지 않다”며 “특히 결함을 잡기 위해 전수 검사를 도입하면 공정 시간이 지나치게 소요돼 양산성을 떨어뜨리는 딜레마가 있다”고 설명했다.
LG이노텍은 AI를 통해 이 같은 병목을 돌파한다는 구상이다. 고해상도 3차원(3D) 정밀 검사에 자체 AI 비전 기술을 결합해 검출력을 대폭 높이는 동시에, 판독 속도를 단축해 '신뢰성'과 '양산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그간 주요 전자부품 제조 라인에서 축적한 인공지능 전환(AX) 역량을 유리기판 공정에도 이식한다는 복안이다.
이번 행보는 차세대 기판 주도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현재 SKC 자회사 앱솔릭스, 삼성전기 등 국내 선도 기업뿐만 아니라 대만, 일본, 중국 업체들까지 유리기판 개발에 총력을 기울인다. 기술 난도가 극도로 높은 분야인 만큼 독자 AI 역량을 핵심 차별화 무기로 내세운 셈이다.
LG이노텍은 2024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반도체 유리기판 사업 추진을 공식 선언한 뒤, 경북 구미 사업장에 시생산 라인을 구축하고 현재 시제품 신뢰성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업계는 유리기판 상용화 시점을 이르면 2028년 전후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양산의 성패는 수율을 좌우하는 미세 균열 제어 기술을 누가 먼저 선점하느냐에 달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