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시장은 '새벽'을 열겠다는데…정부는 '장벽' 세워

■ 유통가 최대 격전지 '새벽배송'
'온라인 장보기' 핵심 경쟁력
쿠팡·컬리 이어 네카오 진출
활성화 vs 배송제한 입법
정책 엇박자에 혼란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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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을 비롯한 이커머스 플랫폼은 물론 오프라인 유통 공룡에 온라인 플랫폼까지 앞다퉈 새벽배송에 뛰어들며 판을 키우고 있다.새벽배송이 국내 유통·이커머스 업계 최대 격전지로 부상한 것이다. 밤사이 주문한 신선식품과 생필품을 이른 아침 문 앞에서 받아보는 새벽배송이 국민들의 일상적인 소비 인프라로 안착했다.

하지만 산업 확대와 정반대 방향의 규제 움직임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업계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정치권이 택배기사 등 야간노동자의 건강권 보호를 명분으로 야간작업 시간과 횟수를 제한하는 입법에 나섰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법 개정도 진행되고 있다. 새벽배송 시장의 진입장벽은 낮추면서 정작 배송을 담당하는 현장의 노동시간은 제한하는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정책 간 정합성 문제와 획일적인 규제가 유통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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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컬리에 네이버·카카오·대형마트까지…새벽배송 경쟁 2막

새벽배송은 쿠팡과 컬리가 전용 물류 인프라를 기반으로 시장을 개척한 이후 온라인 장보기의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잡았다. 최근에는 네이버가 새벽배송 시장에 뛰어들면서 시장 경쟁 축이 플랫폼으로 확대됐다. 여기에 카카오도 물류 조직을 신설하면서 새벽배송 시장 참전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네이버는 컬리와 협력을 통해 새벽배송 서비스를 확대하는 한편 멤버십과 배송 혜택을 결합해 이용자 록인 효과를 높이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카카오는 신선식품 직매입 물량을 직접 관리할 수 있는 물류 조직을 신설하면서 단순 상품 중개를 넘어 수요 예측과 재고관리, 출고·배송까지 물류 전반의 운영 역량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패션 플랫폼과 온라인쇼핑몰 역시 새벽배송을 핵심 경쟁력으로 보고 있다. 지그재그(카카오스타일)는 우선 서울지역부터 밤 10시 이전 주문 시 다음 날 새벽 7시 전 배송되는 새벽 배송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쓱닷컴은 주간배송과 새벽배송 등으로 배송 서비스를 나눠 신선식품과 생필품을 고객 수요에 맞게 배송하고 있다. 카카오도 신선식품 직매입에 관여하는 자체 물류 조직을 구축 중이다.

대형마트 업계도 규제 완화 움직임에 따라 새벽배송 경쟁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에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시간 제한과 월 2회 의무휴업을 적용하고 있다. 영업 시간 동안만 배송이 가능한 규제 탓에 온라인 주문 상품의 심야 출고와 새벽배송에도 제약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새벽배송 경쟁이 확대되는 것은 소비자들의 배송 편의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선식품은 일반 공산품과 달리 보관·배송 과정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품질이 떨어질 수 있어 적시에 상품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밤사이 주문한 상품을 이른 아침 받아볼 수 있는 새벽배송은 신선한 제품을 고객에게 전할 수 있는 최적의 라스트마일 서비스”라면서 “배송 속도와 안정성이 상품 경쟁력뿐 아니라 쇼핑 플랫폼 선택을 좌우하는 요소가 됐다”고 말했다.

◇“24시간 물류센터 특혜”…대형마트 새벽배송 놓고 소상공인 반발

기대와 달리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논의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대형마트가 영업제한 시간과 의무휴업일에도 온라인 배송을 할 수 있도록 유통산업발전법을 손질하는 방향을 추진하고 있다. 온라인 중심으로 유통시장이 재편된 만큼 오프라인 점포를 보유했다는 이유로 온라인 배송까지 제한하는 것은 규제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국회에는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온라인 배송 규제 완화안과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의 온라인 배송 허용 및 의무휴업 자율화 등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관련 규제가 완화되면 대형마트가 보유한 전국 오프라인 점포와 신선식품 상품 경쟁력을 온라인 배송과 결합할 수 있게 된다. 새벽배송 시장의 경쟁 구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그러나 소상공인연합회와 전국상인연합회 등은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허용이 사실상 점포를 24시간 물류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특혜라며 반대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관련 법안의 철회를 요구하며 강행 처리 시 헌법소원까지 제기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소상공인 업계의 입장이 완전히 하나로 모인 것은 아니다.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최근 5년간 5000억원 규모의 골목상권 디지털 전환 지원 등을 법제화한다면 대형마트 새벽배송을 조건부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결국 정부가 대형마트의 온라인 배송 규제를 풀겠다는 방향을 제시하고도 상생 방안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법 개정 논의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셈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유통업체 영업제한은 소비 수요를 전통시장이 아닌 온라인 플랫폼·식자재마트 등으로 이동시키는 부작용을 낳았다“면서 “시대착오적인 유통 규제를 과감히 걷어내고, 소비자 편익과 유통산업의 경쟁력을 중심에 둔 제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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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키우면서 배송은 제한…엇갈리는 정책 방향

대형마트 입장에서는 새벽배송 규제 완화가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될 수 있다. 촘촘한 전국 점포망과 신선식품 상품 경쟁력에 온라인 주문과 결합하면 쿠팡·컬리 등이 주도해온 새벽배송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규제가 풀리면 각 점포를 온라인 주문 상품의 피킹·포장·출고를 담당하는 지역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5일 야간작업을 하루 최대 10시간, 주당 최대 48시간으로 제한하고 연속 야간작업도 최대 3일로 제한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택배사업자와 영업점의 야간작업 관리 의무를 강화하고 할증보수를 규정하는 생활물류법 개정안도 함께 발의했다.

이는 대형마트 규제 완화와 택배기사 야간노동 제한이 동시에 추진되는 정책적 모순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형마트가 새벽배송에 참여하려면 새벽 시간대 상품 준비와 배송을 담당할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새벽배송을 주된 소득원으로 삼는 기사들에게는 야근 근무시간 제한이 곧바로 생계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배송기사의 근무시간이 줄어들면 같은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추가 인력을 투입하거나 배송 물량을 줄여야 하는 만큼 배송비 상승이나 서비스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물류업계 한 관계자는 “(새벽배송 제한은) 기사들의 경제적 실질이 자영업자라는 점을 간과한 탁상공론식 규제”라면서 “수익 창출을 위해 자발적으로 선택한 노동 시간을 정부가 일률적으로 옥죄는 것은 현장의 생태계를 전혀 모르는 처사”라고 강조했다.


윤희석 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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