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AI)과 양자를 결합하려는 시도가 활발해지고 있다. 연산 능력이 압도적인 양자컴퓨터로 AI 모델 학습과 추론을 수행하면 성능이 우월해질 것이란 아이디어는 오래전부터 등장했다.
그러나 시도에 그쳐야 했다. 텍스트와 이미지 등 데이터를 양자컴퓨터의 기본 단위인 '큐비트'로 변환하는 것부터가 숙제였다. 기존 컴퓨터에서는 0과 1로 개별 정보(비트)가 구성되지만, 큐비트는 0과 1의 값을 동시에 갖는다. 두 개 이상의 큐비트가 얽히면 다른 큐비트에 영향을 미친다. '중첩'과 '얽힘'이라는 큐비트만의 특성 때문에 AI에 맞게 데이터를 정제하는 것이 난제로 여겨졌다.
최근 AI와 양자컴퓨터를 동시에 활용해 항암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분자 구조를 분석한 연구가 각각 등장하며 상상은 조금씩 현실이 되고 있다.
미국 바이오기업 인실리코 메디신은 지난해 1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양자컴퓨터로 췌장암·폐암·대장암을 유발하는 '케이라스'를 표적하는 신약 후보물질을 찾은 논문을 발표했다. 생성형 AI로 총 110만개 분자 데이터를 학습한 후 확률이 높은 화합물 패턴을 찾는 데 IBM의 16큐비트 양자컴퓨터를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이다.

올해 5월에는 미국 클리브랜드 클리닉, 일본 이화학연구소 '리켄', IBM은 94큐비트 양자컴퓨터 2대를 가지고 원자 1만2635개로 구성된 단백질 복합체의 분자 구조를 계산해 냈다. 단백질과 약물 후보 분자(리간드)가 결합할 때의 에너지, 실제 화학적 결합이 형성되는 원자 위치 등을 찾을 수 있어 획기적 진전으로 평가된다. 양자컴퓨터의 계산값을 AI 신약 모델에 제공해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생성형 AI와 양자컴퓨터를 결합한 연구가 진전되기 위해선 큐비트 수가 늘어날수록 통제 범위를 벗어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매개변수(파라미터)가 수조개에 달하는 AI 모델을 양자컴퓨터로 구동하기 위해선 큐비트 수가 늘어야 한다. 그러나 양자컴퓨터는 큐비트 수가 증가하면 학습 자체를 멈추는 현상을 반복하고 있다.
김정상 미국 듀크대 전기컴퓨터공학과 석좌교수는 최근 한 행사에서 “양자와 AI를 결합하면 뭔가 잘될 것이라는 막연한 방향성은 있지만, 어떤 방식으로 구현할 것인지는 숙제”라면서 “아직 알려진 것이 많이 없어 결국 (꾸준한 시도로) 과학자들이 정확히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AI 기반 양자 상태 제어, AI를 활용한 양자자기현미경 해상도 개선, 기계학습을 이용한 초전도 큐비트 측정 효율화 연구를 진행하며 '양자 AI'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AI로 양자의 정밀한 특성을 파악하고, 이를 제어하는 기술을 확보하며 융합의 가능성을 찾는다는 구상이다.
최재혁 표준연 양자기술연구소장은 “양자컴퓨터를 활용하면 AI로 인한 전력 수요를 1000분의 1 수준으로 줄인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면서 “양자 원천 기술 확보와 AI 활용 연구, 국제 공조 등을 동시에 추진하며 기술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