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다뉴브 강바닥서 드러난 '나치 침몰선'… 암반 폭파해 물길까지 바꾼다

Photo Image
4일(현지시간) 루마니아와 세르비아 사이 다뉴브 강에서 있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고의로 난파된 나치 침몰선 잔해가 드러났다. 사진=AP 연합뉴스

유럽 전역을 덮친 극심한 폭염과 가뭄으로 다뉴브강 등 주요 강의 수위가 기록적인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강바닥에 잠겨 있던 역사적 흔적들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4일(현지시간) CBS·AP 통신 등에 따르면, 세르비아 항구 도시 프라호보 인근 다뉴브강에서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자침한 나치 독일 흑해 함대의 군함 잔해 20여척이 모습을 드러냈다. 1944년 9월 소련군의 진격을 늦추기 위해 고의로 침몰시킨 이 군함들은 상당수 폭발물을 그대로 품고 있어 안전 우려와 함께 수로 통행을 저해하고 있다.

또한 최근 불가리아 루세 인근 강바닥에서는 수천 년 전 빙하기에 살았던 털매머드의 턱뼈와 엄니, 대퇴골 등 고대 유해가 대거 발굴되는 등 강물 수축에 따른 기현상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처럼 강바닥이 노출될 정도의 극심한 저수위는 유럽 각국의 전력 생산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고 있다.

Photo Image
3일(현지시간) 루마니아 해군이 원자력 발전소 냉각수를 공급하기 위해 암반을 폭파시켜 물길을 바꾸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원자로를 식힐 냉각수가 부족해지자 루마니아는 다뉴브강 암반을 폭파해 물길을 바꾸는 극단적인 조치까지 단행했다. 루마니아 해군과 당국은 폭약 180㎏을 동원해 임시 댐을 만들어 가동이 일부 중단된 체르나보더 원전에 냉각수를 추가 공급하고 나섰다. 체르나보더 원전은 원자로 2기 중 1 가동이 정지되며 발전 출력이 평소의 절반으로 떨어진 상태로, 루마니아 정부는 8월 한 달간 전력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다른 동유럽 국가들의 전력난도 본격화하고 있다. 헝가리 전력의 40%를 담당하는 팍스 원전 역시 원자로 냉각수 부족으로 전력 생산량이 10% 수준까지 급감했다. 세르비아는 주요 수력발전소가 용량의 20% 수준으로 가동되는 데다 냉각 시스템 작동 불능으로 석탄화력발전소 발전량까지 줄이면서 긴급 대책 회의를 열었다.

전력 대란에 더해 내륙 수운 차질에 따른 경제적 피해도 확산하는 모양새다. 유럽 운송의 대동맥인 라인강의 수심이 깊게 낮아지면서 물류 판단의 기준점이자 병목 지점인 독일 카우프해협은 항해 가능 수심이 25㎝까지 떨어졌다. 화물선의 적재량이 평소의 20% 수준으로 감소했고, 독일 철강업체 티센크루프는 라인강을 통한 원자재 운송을 중단했다. 독일 킬세계경제연구소는 이번 가뭄으로 인해 올해 3분기 독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1~0.2%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기상 당국은 중부와 남부 유럽을 중심 기온이 40도 이상으로 오르는 폭염이 최소 일주일 더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당분간 눈에 띄는 강우 예보가 없어 주요 강의 수위 저하와 이에 따른 에너지·경제 위기는 한동안 가중될 전망이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 놓치면 아쉬운 정보AD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