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지 정부가 최근 급증하는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17일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라투 아토니오 랄라발라부 피지 보건의료부 장관은 성명을 통해 “기존의 발병 대응 수준으로는 더 이상 확산을 막기 어렵다고 판단해 비상사태를 공식 결정했다”고 밝혔다.
피지 정부의 추산에 따르면 현재 성인 60명 중 1명꼴로 HIV에 감염된 상태이며, 특히 임산부의 감염 비율도 50명 중 1명에 달해 상황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5년 전 성인 167명 중 1명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해 크게 악화된 수치다.
유엔에이즈계획(UNAIDS)은 인구 100만 미만의 태평양 섬나라인 피지가 전 세계에서 신규 HIV 감염이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지역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2010년부터 2025년 사이에 신규 감염 건수가 약 12배 급증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급증세의 주요 원인으로는 피지가 마약 밀매의 거점으로 떠오르면서 메스암페타민 등 약물 사용이 크게 늘어난 점이 꼽힌다.
특히 위험한 주사기 공유 행위와 함께, 약물 비용이 없거나 부족할 때 마약에 취한 타인의 혈액을 직접 뽑아 자신에게 주입하는 이른바 '블루투싱(Bluetoothing)' 행위가 확산한 것이 직접적인 바이러스 전파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러한 방식은 감염자의 혈액이 체내로 직접 들어가는 구조여서 HIV나 B형·C형 간염 등 혈액 매개 바이러스의 감염 위험을 극도로 높인다.
국제사회는 피지 정부의 이번 조치에 환영의 뜻을 표했다. 위니 바냐이마 UNAIDS 사무총장은 “긴급사태 선포를 계기로 보건 및 지역사회 대응 시스템을 신속히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지 정부는 바늘·주사기 보급 프로그램 도입과 관련 법안 개정, 검사 및 치료 접근성 확대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