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싱가포르 사상 최대 규모의 자금세탁 사건으로 압수된 수백 점의 명품과 고급 자산이 잇달아 경매에 나온다.
14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싱가포르 당국은 30억 싱가포르달러(약 3조1935억 원) 규모의 자금세탁 사건에서 몰수한 핸드백과 보석, 부동산 등을 처분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23년 400명이 넘는 경찰관이 투입된 대규모 합동 작전으로 불거졌다. 경찰은 사기와 불법 도박 등으로 벌어들인 범죄수익을 세탁한 조직을 수사해 현금과 암호화폐, 금괴뿐 아니라 부동산, 스포츠카, 와인, 주류, 전자제품과 수천 점의 명품을 압수했다. 압수품 가운데에는 최대 수억원에 달하는 일본 수집용 완구 '베어브릭' 수백 점도 포함됐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중국 국적자 10명은 이후 자금세탁과 위조 등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캄보디아와 튀르키예 등 다른 국가의 여권도 보유하고 있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싱가포르에서 사업체와 부동산을 보유한 채 해외 범죄 활동으로 얻은 수익금을 싱가포르로 옮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각각 13~17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으며 이후 모두 석방돼 추방됐다.
압수 자산 가운데 일부는 해외로 도주한 용의자 17명과도 관련돼 있다. 이 중 15명은 인터폴 수배 철회를 조건으로 싱가포르 정부에 자산을 넘기기로 합의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압수한 비현금 자산을 현금화하기 위해 지난해 7월 딜로이트를 자산 처분 기관으로 선정했다. 딜로이트는 부동산 업체 4곳을 통해 80채가 넘는 부동산의 경매와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매각 대상에는 건축가 노먼 포스터가 설계한 사우스 비치 개발 단지의 침실 4개짜리 펜트하우스도 포함됐다. 이 펜트하우스는 이달 말 2530만 싱가포르달러(약 269억 원) 이상에 매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명품과 보석류의 경매는 싱가포르 경매업체 핫로츠가 맡았다. 핫로츠는 최근 4개월간 압수품의 진위를 확인하고 가치를 평가해 왔다.
압수품 규모가 워낙 방대한 탓에 경매는 내년 5월까지 총 15차례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한꺼번에 대량의 명품이 시장에 풀리면서 가격에 영향을 주는 것을 피하기 위해 매각 시점을 나눴다.
첫 두 차례 온라인 경매에서는 까르띠에 반지와 불가리 목걸이, 에르메스 켈리 브레이슬릿, 샤넬과 루이비통 핸드백 등 다양한 명품이 출품된다. 이들 경매를 통해 최대 390만 싱가포르달러(약 41억5000만 원)를 회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매 수익금은 싱가포르 국고로 귀속된다.
크리스토퍼 래니건-오키프 핫로츠 공동 설립자는 “이렇게 많은 명품 핸드백과 엄청난 양의 보석들, 그것도 모두 최고급 보석 브랜드 제품들이 한데 모인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경매에서 가장 높은 예상가가 책정된 물품 가운데 하나는 15캐럿 옐로 다이아몬드 반지다. 경매업체 측은 이 반지가 최대 30만 싱가포르달러(약 3억1900만 원)에 낙찰될 것으로 예상했다.
에르메스와 영국 고급 보석업체 그라프의 반지도 수억원에 거래될 것으로 전망된다. 루이비통과 일본 현대미술가 쿠사마 야요이가 협업해 만든 호박 모양 핸드백은 이미 예상 경매가를 넘어섰으며, 보도 시점 기준 최고 입찰가는 3만9000 싱가포르달러(약 4150만 원)에 달했다.
다이아몬드가 박힌 벨트와 머리핀, 순금으로 만든 어린이용 발찌와 반지, 팔찌 등도 경매 목록에 포함됐다.
특히 향후 경매에서는 에르메스 핸드백 약 250점이 별도의 두 차례 경매를 통해 매물로 나올 예정이다. 첫 번째 에르메스 경매는 오는 11월 열릴 예정이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