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이하 형소법) 개정안이 4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 절차에 들어가면서 여야 대치가 한층 격화하고 있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범야권은 법 시행에 따른 혼란과 부작용을 우려하며 이재명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촉구했지만, 이 대통령은 “국회 입법권을 부정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법안을 재가했다. 야권은 사법체계의 마지막 안전장치를 걷어냈다며 공세에 나섰다.
정부는 이날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34차 국무회의에서 검사의 직접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형소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이에 따라 1954년 형소법 제정 이후 유지돼 온 검사의 수사권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국민의힘 등 범야권은 범죄 피해자 보호 약화와 수사 공백 등을 이유로 개정안을 '개악'이라고 비판하며 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를 요구해 왔다. 이 대통령 역시 그간 일부 예외적인 경우에는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은 이날 “이 법률안(형소법)이 위헌·집행불능·국익 위협·행정부 고유 권한 침해 등 국회 입법권을 부정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거부권 행사는 단순히 의견이 다르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상대의 권한 행사 자체가 헌정질서에 위배된다고 볼 정도여야 상대의 권한을 부정할 수 있다는 것이 헌법학계의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상태로는 입법권을 부정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참 어렵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31일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대치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형소법 개정안은 검사의 사건 인지 등 직접수사권과 송치 사건에 대한 보완수사권의 법적 근거를 삭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검사가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경찰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2개월 이내에 보완수사를 마치도록 했다.
형소법 개정안이 최종 의결됨에 따라 더불어민주당은 수사·기소 분리 원칙을 확고히 하는 '검찰개혁의 완성'이라며 환영했다.
박해철 민주당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처음 가는 길인 만큼 국민께서 수사 공백이나 피해자 보호 약화를 우려하는 점도 충분히 이해한다”며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국민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후속 입법과 제도 보완까지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의힘 등 범야권에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열린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공소기각 조항의 위헌성과 대통령 재의요구권 행사 촉구 긴급 토론회'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국무회의 의결과 관련해 “이 대통령이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며 “결국 본인에게는 비상 탈출구를 만들어주고 국민은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진우 의원도 “이재명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는 의견이 다르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는데, 이는 보완수사권 폐지에는 내심 반대하지만 민주당 강성 지지층과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뜻”이라며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자리다. 그 책임을 다하지 않을 생각이라면 조용히 내려오면 된다. 이 대통령의 무책임한 발언은 결국 민심 이반을 불러오고 본인의 재판 재개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도 “방금 이재명 대통령이 거부권을 거부했다”며 “부동산 혼란, 주가 혼란, 사법시스템 붕괴라는 3대 폭정으로 이재명 정권은 급속도로 몰락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 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