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낮 서울 성수역 인근 복합문화공간 앤더슨씨. 건물 외벽을 따라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쿠팡에서만 팔아요'라는 파란 간판 아래로 들어서자 곰곰·탐사·코멧 등 쿠팡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보던 자체브랜드(PB) 상품이 진열대를 채웠다. 방문객들은 제품을 집어 들고 QR코드를 찍거나 층마다 마련된 체험 공간을 오갔다. 휴지를 빵처럼 집어 무게를 맞히는 게임, 옥상 '로켓 가챠(캡슐형 뽑기)' 등 오프라인 놀이가 가득한 공간에 온라인 장바구니를 통째로 옮겨놓은 듯했다. 이날 저녁에는 곰곰 스테이크·양념닭발·만두·떡볶이 등 PB 식품을 현장에서 맛볼 수 있는 '곰곰식당'도 운영한다.
쿠팡 PB 자회사 씨피엘비(CPLB)가 17일부터 나흘간 여는 '쿠팡 온리 페스타'다. 2020년 CPLB 설립 이후 첫 오프라인 고객 행사로 PB 600여개와 협력사 상품 100여개를 한자리에 모았다. 중소 제조사 120여곳도 참여했다. 2층에는 PB 제조사들이 자체 브랜드로 판매하는 상품도 별도로 전시했다. 첫날 방문객은 약 1400명, 사전 신청자는 6300명을 넘었다.
행사장을 찾은 한 방문객은 “쿠팡에서 자주 보던 상품인데 직접 보니 종류가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며 “온라인에서는 필요한 것만 검색해서 샀는데, 여기서는 둘러보다 처음 보는 상품에도 자연스럽게 눈이 간다”고 말했다.

건물 밖으로 나와 몇 블록을 옮겨가자 이번에는 떡을 사려는 줄이 이어졌다. 이마트24 트렌드랩 성수점에서는 부산 영도다리떡방과 익산농협떡방앗간의 떡 11종을 파는 '떡지순례'가 한창이었다. 오후 1시께 매대에는 영도다리떡방 제품 상당수가 이미 빠져 있었다. '불고기피자설기'는 행사 첫날 준비 물량이 판매 시작 2시간도 안 돼 동났다.
한 방문객은 “요즘 피자설기가 핫하다고 해서 와봤는데 벌써 물건이 많이 빠져 아쉽다. 내일은 아예 오픈런을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같은 거리에서는 식품을 단순히 '먹는 것' 이상으로 보여주는 실험도 이어졌다. 롯데칠성음료는 강렬한 붉은색 외관의 프리바이오틱 소다 '해피즈' 팝업을 열었고, 오끼뜨와 창억떡은 '누워서 떡 먹기'에서 착안한 협업 컬렉션을 '방앗간' 공간으로 풀어냈다. 농심은 지난 6월부터 120평 규모 '신라면 분식'을 장기형 안테나숍으로 운영하며 소비자 의견과 체험 데이터를 제품 개발·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식품은 성수의 팝업 문화와도 잘 맞는다. 사진으로 보는 데서 끝나는 패션·뷰티 상품과 달리 맛과 향, 식감을 직접 경험한 뒤 곧바로 구매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특정 팝업을 목적으로 찾아온 소비자가 주변 골목의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고, 현장 경험은 다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확산된다.
성동구에 따르면 지난해 성수동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5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2024년 300만명에서 1년 만에 200만명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성수는 서울에서 팝업스토어가 가장 많이 열리는 지역이기도 하다. 팝업 정보 플랫폼 팝가 데이터를 보면 지난해 서울 팝업의 34.9%가 성수에 몰렸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은 온라인 화면만으로 맛과 향, 식감을 전달하기 어렵기 때문에 오프라인 경험의 가치가 큰 품목”이라며 “과거 팝업이 신제품을 알리는 단기 홍보 수단에 가까웠다면 최근에는 소비자가 어떤 제품에 관심을 보이고 실제 구매까지 이어지는지를 살펴보는 접점으로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성수는 2030세대와 외국인 방문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확산력이 동시에 집중돼 있어 식품 브랜드 입장에서는 시장 반응을 확인하기 좋은 상권”이라고 말했다.



윤소진 기자 soji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