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지지율 하락 속에서 개혁 의지 후퇴라는 지지층의 비판부터 연임·공소취소 논란까지 직접 해명하며 정면돌파에 나섰다. 연임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특검법의 공소취소 논란 조항 삭제도 요청한 것이다. 또한 소통과 공감의 부족을 인정하면서도 개혁 방향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호르무즈 해협의 전쟁에 개입하는 파병에는 선을 그었고 대미 투자 협상에서는 국익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시장 안정을 반드시 이루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경로와 방법이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같은 곳을 바라보고 함께했던 사람들의 진심까지 의심하지는 말아 달라는 호소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취임 이후 7번째로 지난 6월 정부 출범 1년 기자회견 이후 약 석 달 만이다.
당초 청와대는 17일 기자회견을 여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 등 정상외교 일정이 이어진 탓에 준비시간 확보를 위해 개최일을 하루 늦춘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준비 시간 확보를 이유로 회견 시작 시각도 예정된 오전 10시에서 10시 30분으로 당일 오전 조정했다.

◇개혁 후퇴 비판에 “개혁 대통령 이재명” 반박…지지층엔 “우리 모두 친문·친노·친DJ”
이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결단한 배경에는 최근 이어진 지지율 하락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진보·중도층의 지지를 기반으로 했던 국정 지지율은 최근 진보층을 중심으로 이탈이 나타나면서 하락세를 이어왔다.
결국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 모두발언을 통해 소통과 공감의 부족을 인정하면서도 개혁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개혁 대통령 이재명'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개혁 의지에 대한 지지층의 의구심을 해소하는 데 공을 들였다. 이는 보완수사권 폐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던 전당대회를 거치며 검찰개혁의 방식과 속도를 둘러싼 갈등이 커진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고민했던 것은 개혁 과정에서 선명성을 드러내다 더 큰 저항을 불러와, 개혁의 속도는 오히려 늦어지고 심지어 실패에 이르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고 했다. 특히 “이전 정부의 의료 개혁처럼 소리는 요란해 정부의 개혁 의지를 국민에게 알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실제 성과는 없이 사회 혼란이라는 더 나쁜 결과를 만들어내는 그 과오를 결코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반발을 최소화하며 최대한 조용히 성과를 만드는 데 집중해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반발을 최소화하며 최대한 조용히 성과를 만드는 데 집중해 왔다”며 “센 말이나 거친 방식으로 개혁의 과정에서 주목받기보다 마지막 단계에서 국민의 삶을 개선한 성과로 평가받는 것이 국민께 진정으로 보답하는 것이라고 믿었다”고 강조했다.
개혁과 통합 사이에서 겪었던 고민도 털어놨다. 이 대통령은 “모두의 대통령이란 원칙도 이런 생각에서 나온 것”이라며 “통합하려다 개혁이 흐려졌다는 질책을 받기도 했고, 개혁을 추진하며 통합의 진정성을 의심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다만 “저와 정부가 과정과 방법에서 부족했던 것이지, 우리가 나아갈 방향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검찰개혁과 관련해서는 수사·기소 분리를 되돌릴 수 없도록 완수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보완수사권 부재로 생길 수 있는 문제는 경찰 수사에 대한 견제·보완 장치로 해소하고, 고강도 경찰개혁을 통해 수사권 독점에 따른 권력 비대화 우려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진보 진영 내부의 분열을 의식한 발언도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진보, 개혁의 이상을 꿈꾸며 더 좋은 세상을 위해 행동하는 우리는 모두 친문이고 친노이며 친김대중이며, 이재명의 동지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작은 차이가 서로를 밀어낼 이유가 아니라, 더 좋은 해답을 찾아가는 힘이 될 수 있도록 뼈를 깎는 각오로 더 노력하겠다”고 했다.

◇“연임 생각 전혀 없다”…공소취소 조항도 삭제 요청
이 대통령은 연임 시도 주장에 대해서는 오해라고 밝히며 연임하지 않겠다는 선언도 했다. 가장 직접적인 발언으로 임기를 둘러싼 비판을 차단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내각책임제나 이원 집정제를 도입하려 한다는 일각의 주장은 터무니없는 것”이라며 “헌법 개정을 통한 연임은 헌법상 불가능하고 연임을 생각해 본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연임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라는 요구를 정치공세로 여겼다는 설명도 내놨다. 이 대통령은 “마치 제가 연임을 구상하다 포기하는 프레임을 만들려는 정치공세라고 생각했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확고하게 말씀드린다. 연임할 생각 전혀 없다”고 다시 밝혔다.
또 다른 논란이었던 공소취소에 대해서도 강경한 발언을 이어갔다. 조작기소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은 필요하지만 기존 사건의 공소취소를 둘러싼 논쟁이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게 이 대통령의 판단이다. 이에 국회에 공소취소 논란 조항 삭제를 명시적으로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조작 기소 의혹 사건들에 대해서는 국회가 신속하게 특검을 통해서 공정하게, 또 투명하게 국민들께 진상을 밝혀 보여드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그 결과에 따라서 법과 원칙, 상식에 따라 처리되면 될 일이다. 불필요하게 정치적 쟁점이 돼서 본질을 호도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논란이 되는 특검의 권한 사항 중에 기존 기소 사건들에 대한 이송, 또는 처분에 관한 조항들은 삭제하고 진상 규명에만 집중해 달라. 불필요하게 공소 취소 논란이 발생하지 않게 조치해 주시기를 요청드린다”고 덧붙였다.

◇호르무즈 “전쟁 파병 없다”…상선 보호 활동 강화는 검토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에 대해서는 전쟁에 개입하는 형태의 파병은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상선 보호 등 선박 안전을 위한 활동에 대해서는 참여를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전쟁 개입에는 선을 그으면서도 선박·수송로 보호를 위한 활동을 확대할 가능성은 열어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전쟁에 관여 또는 개입하는 파병은 없다. 그런 형태의 파병이든 군 자산 파견이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자국의 상선과 원유 수송로 또는 국민들의 생명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활동은 해야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미 파견된 청해부대의 선박·수송로 보호 활동을 언급하며 “이를 좀 강화하는 부분에 대해서 우리가 검토하고 고심하고 있다는 건 또 사실”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전쟁 개입으로 이어지거나 우리 장병들을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다는 우려를 언급하며 “분명하게 다시 한번 말씀드리면 전쟁 파병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쟁 불관여, 불개입 원칙은 지금까지도 지켜왔고 앞으로도 계속 지켜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미투자, 동의하기 쉽지 않은 부분 있어”…美 반도체 공장 확대 요구에는 “기업 의견 존중”
첫 대미 투자 프로젝트를 놓고는 실무 차원에서 마련한 협의 내용 중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추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투자금 회수와 수익 배분, 손실 처리 등 상업적 합리성을 확보하는 문제가 핵심이라는 설명도 내놨다. 이 대통령이 대미투자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 합의 당시 관세와 대미 관계, 다른 국가의 합의 내용 등을 고려했다고 소개했다. 특히 합의문에 '상업적 합리성'이라는 표현을 넣는 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에 따르면 한미는 구체적인 투자 협의에 들어가면서 이를 어떻게 적용할지가 다시 쟁점이 됐다.
이 대통령은 투자금 회수와 수익 배분 방식, 손실이 발생하는 사업의 처리 문제 등을 거론하며 “거의 합의가 됐다고 하는데 내용을 보니까, 동의하기가 쉽지 않은 부분들이 좀 있어서 다시 또 얘기를 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또 “국익이라고 하는 건 정말로 중요하다”며 “대한민국의 국익이 훼손되지 않고 한미 양국에 모두 도움이 되는 그런 내용으로 사업을 구성하기 위해서 치열하게 논쟁하고 협의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의 반도체 공장 추가 건설 요구와 국내 메가프로젝트 추진 사이의 균형에 대해서는 기업의 경영 판단과 국익 보호를 고려해 합리적으로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미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 추가 투자 규모는 기업의 판단뿐 아니라 한국의 산업전략과도 관련된 사안”이라며 “기업들의 의견을 존중해 가면서 우리 대한민국의 국익이 보호될 수 있도록 합리적인 결론을 만들어 갈 것이다. 여전히 논쟁거리”라고 말했다.

◇부동산 안정 자신감…“다들 하려고 하다 안 됐지만 이 정부는 한다”
부동산 정책에서는 시장 안정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수도권 집중과 부동산 불패 신화, 공급 부족 등을 집값 불안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공급 확대와 국토균형발전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 투기공화국에서 벗어나는 것이 정부의 중심 과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반드시 달성하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이 대통령은 “어렵다. 다들 하려고 하다 안 됐다. 그러나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이 정부는 한다”고 강조했다
또 “건축 허가를 포함한 택지 개발 또는 재건축·재개발 도시 정비 등등 공급을 최대한 신속하게 늘려나갈 것이다. 총리실에서 매일 체크하고 있고 일주일마다 보고받으면서 구체적인 장소를 다 특정해서 진척상황을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아마 조만간 자료 발표를 할 텐데 건축 허가 건수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 공급 분야에 대한 금융 확대도 하고 있다. 공급은 많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공기업 지방 이전이나 아니면 국가 기관들의 세종 이전을 신속하게 하면 여유가 생겨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