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잘 팔아도 달러가 새는 한국…“원화 가치 잡아 먹는 서학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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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재무부 환율 관찰대상국 재지정
“해외 주식 매수로 달러 유출” 원인 꼽아

미국 재무부가 한국을 다시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하면서 의외의 원화 약세 원인으로 이른바 '서학개미'의 해외 주식 투자 열풍을 지목했다. 반도체 수출 호조로 경상수지 흑자가 크게 늘었음에도 개인과 기관의 대규모 해외 투자로 달러 유출이 확대되면서 원화 가치 하락 압력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미국 재무부는 23일(현지시간) 의회에 제출한 반기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을 중국, 일본, 대만 등과 함께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유지했다. 이번 평가는 2025년 거시경제와 외환시장 동향을 바탕으로 이뤄졌으며, 해당 국가들은 지난 1월 발표된 보고서에서도 모두 관찰대상국에 포함됐었다.

보고서는 한국의 경상수지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6.6% 흑자를 기록하며 전년(5.3%)보다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흑자는 반도체를 비롯한 기술 제품 수출 증가가 견인했지만, 원화는 지속적인 절하 압력을 받았다고 진단했다.

미 재무부는 원화 약세의 주요 배경으로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매수를 꼽았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일반정부의 해외 주식 보유 증가액은 2024년 80억달러에서 지난해 410억달러로 급증했으며, 대부분 환헤지를 하지 않은 상태여서 원화 약세를 심화시켰다고 설명했다.

개인투자자들의 해외 투자 확대도 영향을 미쳤다. 보고서는 비은행 금융기관과 가계의 해외 주식 투자가 2024년 340억달러에서 지난해 730억달러로 두 배 이상 늘었고, 특히 4분기에 자금 유출이 집중됐다고 밝혔다. 한국 개인투자자들이 지난해 300억달러 이상 해외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보이며, 한국은행은 이를 '독특한 현상(unique phenomenon)'이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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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웨이퍼.

미 재무부는 한국 정부가 원화 약세를 막기 위한 시장 안정 조치도 적극적으로 시행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외환당국은 지난해 280억달러 규모의 외환보유액을 순매도했으며, 이 가운데 225억달러가 환율이 급등했던 4분기에 집중됐다.

또 국민연금도 한국은행과의 통화스와프를 활용하고 달러 자산을 매도하는 방식으로 원화 약세 압력을 완화하는 데 기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1월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만나 “원화 가치 하락은 한국의 견조한 경제 기초여건과 부합하지 않는다”며 사실상 구두 개입성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보고서는 소개했다.

다만 미국 재무부는 한국이 외국인 투자자의 외환시장 참여 제한을 완화하는 등 시장 개방을 확대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러한 조치가 중장기적으로 시장 유동성과 가격 발견 기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한국은 2023년 11월 약 7년 만에 환율 관찰대상국에서 제외됐지만, 2024년 11월 다시 명단에 포함됐으며 이번 보고서에서도 관찰대상국 지위를 유지했다. 정부는 “미국 재무부와 긴밀히 소통하며 외환시장 안정과 상호 신뢰 강화를 위한 협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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