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ㆍ일본 각기 다른 정책 경로… 국내에서 두 위원회 조율과 첫 민관 협의체의 자리
소버린 AI 논의가 국내에서 이어지는 사이 각국 정책 라인도 산업 IP 축에서의 대응 방향을 각각 다르게 잡아왔다. 지난 4월 글로벌 빅테크 9개사가 결성한 'SAIL(Shared AI License) Foundation' 출범 이후 각국은 자국 산업 IP 자산을 어떻게 협상 카드로 다듬을 것인가를 두고 서로 다른 경로에 들어섰다.
EU는 AI Act 발효를 계기로 산업 데이터 거버넌스와 IP 정책을 하나의 규제 프레임 안에서 다루는 방향을 취했다. 고위험 AI 시스템의 데이터 거버넌스 조항이 학습ㆍ검증ㆍ시험 데이터셋의 품질 요건을 규정하면서 산업 IP 자산과 AI 학습 데이터 사이의 경계를 정책이 직접 그어가고 있다.
일본은 자국 AI 인프라 조달의 국내화를 소버린 AI 전략의 핵심으로 잡았다. 자국 산업 데이터를 자국 인프라에서 처리한다는 원칙이 정책 상위에 놓여 있고, 산업 IP 축은 이 인프라 국내화 흐름과 함께 굴러가는 구조다.
두 지역의 경로는 서로 다르다. 공통점은 하나다. 산업 IP를 개별 부처의 사안으로 두지 않고 국가 단위 AI 전략의 한 축으로 명시적으로 편입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소버린 AI를 핵심 국정과제로 내걸고 'AI 3대 강국 도약'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IP-AI 축에서도 굵직한 정부조직 개편이 이어졌다. 특허청은 지난해 10월 국무총리 소속 지식재산처로 승격돼 지식재산 정책의 컨트롤타워로 재편됐다.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는 지난해 9월 8일 이재명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출범해 AI 전략의 상위 거버넌스로 자리 잡았다. 위원회는 지난 2월 'AI 3대 강국 도약'을 비전으로 하는 대한민국 인공지능행동계획 수립을 추진하며 3대 정책축과 12대 전략분야를 제시했다.
산업 IP-AI 접점의 실무 축도 새로 짜였다. 지식재산처는 지난 5월 20일 '지식재산인공지능전환추진단'을 신설했다. 지식재산과 인공지능 대전환(AX) 업무를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전담 조직이다. 지식재산처가 밝힌 추진단의 핵심 미션은 세 가지다. 인공지능 대전환에 발맞춘 지식재산 법ㆍ제도 검토ㆍ개정 및 관련 기준 재정립, AI-Native 지식재산 행정시스템 구축을 위한 IP-AX 전략 마련, 민간 지식재산 산업의 인공지능 전환 지원 및 인공지능 학습데이터 개방 추진이다.
부처 단위에서는 첫 민관 협의체가 이미 가동에 들어갔다. 지식재산처는 지난 6월 19일 오후 한국지식재산센터에서 'IP-AX 서포터즈' 발족식 및 첫 간담회를 개최했다. 서포터즈는 학계ㆍ법조ㆍ민간 사업자ㆍ산업계 실수요자 10인으로 구성됐고, 위촉장은 윤기웅 지식재산인공지능전환추진단장이 수여했으며, 첫 간담회는 정연우 차장 주재로 진행됐다. 지식재산의 창출ㆍ보호ㆍ활용 주기별 AI 전환 전략, AX 추진을 위한 조직 혁신 방안, IP-AX 추진 방향 등이 첫 간담회의 논의 안건으로 올랐다. 서포터즈는 신설 추진단의 첫 대외 행보다.
민간 사업자 자격으로는 워트인텔리전스 윤정호 대표도 위촉됐다. 회사는 106개국 특허 데이터를 학습한 도메인 특화 언어모델 '플루토LM'을 자체 운영하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한 IP-AX 제품 '키워트 인사이트'를 지난해 10월 첫 공개해 올해 2월 정식 출시했다. LG AI연구원과 특허 특화 인공지능 모델을 공동 개발 중이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특허 검색 솔루션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올해 7월에는 LG전자의 전사 연구개발 조직에 제품 도입이 확정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추진단 신설과 서포터즈 발족은 이재명 정부의 소버린 AI 드라이브가 산업 IP 축까지 실무 조직 단위로 확장됐다는 신호다. 그간 부처별로 흩어져 있던 IP-AI 업무가 지식재산처 산하 전담 조직에서 통합적으로 다뤄지는 국면이 열렸다.
남는 과제는 두 개다. 하나는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의 상위 목표와 지식재산처 추진단의 실무 사업을 상시로 이어붙일 조정 통로다. 상위 거버넌스와 부처 실무 조직이 어떤 주기로 만나 산업 IP 축의 진도를 점검할 것인가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다른 하나는 부처 단위 실무 사업이 국가 단위 AI 전략의 상위 목표에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통합 지표 체계다.
윤정호 워트인텔리전스 대표는 “EU와 일본이 각기 다른 경로를 잡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산업 IP를 국가 단위 AI 전략의 한 축으로 명시적으로 편입시키고 있다”며 “한국은 이번 정부에서 지식재산처 승격과 지식재산인공지능전환추진단 신설로 산업 IP-AI 축의 실무 조직이 새로 짜인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상위 AI 거버넌스와 지식재산처 실무 조직이 상시로 만나는 조정 통로가 마련되고, 그 자리에서 산업 IP 데이터의 국가 단위 자산화 로드맵이 논의되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 IP 업계 관계자는 “이번 정부에서 부처 단위 실무 조직이 새로 짜였고 첫 민관 협의체가 자리를 잡은 만큼 상위 거버넌스와 실무 조직 사이의 조정 통로가 다음 사이클의 관건”이라며 “그 통로가 열려야 산업 IP 축이 국가 단위 협상력으로 실체화되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해 10월 지식재산처 승격에 이어 올해 5월 지식재산인공지능전환추진단을 신설하고, 6월에는 첫 민관 협의체인 IP-AX 서포터즈를 발족시켰다. 이 흐름이 산업 IP 축을 국가 단위 협상력으로 만들어가는 조정 통로로 이어질 것인가가 다음 정책 사이클의 관건으로 남는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