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발효된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질병분류(ICD-11)에 게임 이용이 '게임장애(gaming disorder)'로 규정된 뒤 이를 국내 질병분류체계(KCD)에도 그대로 도입할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각계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18년 ICD 첫 등재때도 논란이 컸지만, 이를 명확한 국민 설득이나 산업계 동의 없이 아예 국가 질병화한다는 접근은 논란 대상이다.
게임은 문화콘텐츠분야 글로벌화 기반이 척박한 속에도 우리 인터넷·모바일세대 창업가들이 창의적으로 개척해 사실상 세계 종주국 지위에 오른 몇 안되는 '자수성가' 산업이다. K-팝, K-드라마·영화와 함께 '메이드인코리아(made in Korea)' 이름으로 세계시장을 석권한 K-오리지널 대표 상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PC온라인시대를 넘어 스마트폰까지 위세를 떨쳐오던 한국 게임산업이 급격하게 위협받고 실제 외국 현지 시장점유율도 급속하게 떨어지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최신 '2024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23년 한국 게임산업 수출액은 전년대비 6.5% 뒷걸음질 했다. 23년만에 처음 겪는 일이다.
업계와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같은 한국 게임산업 대외시장 후퇴기가 도래한 것은 내부적인 혁신동력 감소에 따른 것이한 해석이다. 더 결정적으로는 우리 스스로 상품에 대한 부정적 낙인찍기가 더 큰 몫을 차지한다는 진단도 적지 않다. “의료계(WHO)가 노린 새로운 환자 수요 만들기에 가장 촉망 받던 산업의 성장 날개에 고리가 채워졌다”는 2018년 외신의 진단이 그대로 현실화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가 되는 KCD 도입은 정부가 우리 산업에 적용할 정책적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에 우선 위배된다. 게임 담당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KCD가 강행된다면 한 정부, 두 잣대란 지적을 피해갈 수 없다. 문체부도 반대 의사 표명만 할 것이 아니라, 조율되지 못한 정책이 입안되거나 시행되지 못하도록 총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과학적인 방법에 의해 업계·이용자 공히 납득할 수 있는 평가기준 마련과 제도적 대안 마련에 나서야할 것이다. 여기에는 정치권 포함, 현행 ICD-11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일부 의료계까지 광범위하게 참여하도록 문호를 개방해야하는 것은 물론이다. 애써 만들고, 키워 놓고도 우리 스스로 '몹쓸 제품'이라 지정한다면 결단코 득될 게 없다.
editorial@etnews.com 기자 editoria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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