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민 테크읽기]CES 2025가 남긴 우리나라 기업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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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

해마다 CES를 참관하는 우리나라 관람객은 국내 주요 대기업과 스타트업 위상을 확인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돌아오게 된다. CES 핵심 전시를 차지하는 삼성·LG·현대·SK·롯데 등 주요 대기업의 전시에 매년 많은 'CES 혁신상'을 수상하는 우리나라 스타트업 저력도 만나보게 된다. 다녀온 관람객이 주위에 추천하고, 우리나라 관람객이 늘어나고, CES에서 좋은 성과도 여러 채널로 홍보된다. 우리 관람객에게 글로벌 기술 동향도 파악하고, 우리나라 기업의 활약상도 엿볼 수 있는 좋은 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CES 2025에도 많은 관람객이 전시장을 찾았다. 하지만 올해에는 예년과 다소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올해에도 성과가 좋겠구나'라는 마냥 즐거운 마음보다는 '해야 할 일이 많구나'라는 느낌으로 앞으로 방향에 대한 많은 과제를 떠안고 온듯하다.

물론 올해에도 국내 주요 대기업의 화려한 전시와 전체 CES 혁신상의 절반 가까이 수상하면서 CES의 핵심 전시를 담당한 점은 예년과 비슷하다. 하지만 미국이 주도하는 인공지능(AI) 트렌드의 빠른 변화, 중국 대기업들의 경쟁적인 전시 등이 이어지면서, 예년과는 다소 다른 느낌이다. CES 2025는 전반적으로 우리나라 관련 기업들과 정부 부처에 앞으로 방향성에 대한 많은 숙제를 던져 주고 있었다.


AI 측면에서는 미국 빅테크 업체가 주도하는 시장에서 어떻게 자리매김할지가 어려운 문제로 남아 있다. 6~7위 정도로 평가되는 AI 관련 경쟁력을 3강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투자와 노력이 계속될 필요가 있다. 다만, 우리나라 기업은 AI 관련 혁신상의 51% 정도를 차지하면서 앞으로 성과를 기대하게 했다.

삼성·LG가 주도하던 스마트홈에서도 위기감이 감지된다.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중국 TCL은 북미 지역 TV 시장에서 2위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TCL은 베트남 공장 생산 제품 수출을 통해 관세 장벽을 일부 우회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 2기 출범 이후 미국 관세 정책 변화와 우리나라 가전 시장의 영향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현대차·기아가 불참하면서 관람객의 아쉬움을 더했다. 중국에서는 지커와 장성자동차가, 일본에서는 혼다와 소니혼다모빌리티가 전시에 참가했고, 토요타가 짧은 프레스 콘퍼런스를 가졌다. 주요 자동차 중 BMW만 참석하고, 벤츠와 폭스바겐·제너럴모터스(GM)·포드·스텔란티스 등이 모두 불참했다. 중국 지커와 장성은 가성비 친환경차를 전시하면서 엔비디아 오린 프로세서 기반 자율주행 차량을 전시하기도 했다. TCL CSOT와 BOE 등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도 차량용 디스플레이 기술을 전시했다. 현대차·기아 차량이 전시장 곳곳에서 또하나 플랫폼으로 전시된 점, 현대모비스·HL만도·HL클레무브 등이 좋은 전시를 선보인 점이 우리나라 관람객에게 즐길 거리로 남았다.

디지털 헬스 분야에서는 규제 혁파 이슈가 또 다시 제기된다. 주최기관인 CTA 측은 GLP-1·AI 신약, 원격 의료를 장수사회로 가는 중요 요소로 제시한 바 있다. 특히 원격 의료 중요성이 세계적으로 강조되고, 진단에서 치료로 디지털 헬스 진화가 나타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관련 규제는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원격의료와 디지털헬스 분야 성장을 위한 제도적 고려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연구개발(R&D) 비용 삭감, 투자 부족과 경기 침체 여파 속에서 우리나라 기업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 이후의 어려운 상황에서 주요 국가의 미래에 대한 투자가 계속되는 상황을 뼈아프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CES 2025에서는 우리 기업들이 어려운 여건에서도 좋은 전시를 선보였다. 모쪼록 국가 R&D 투자와 정책적 지원이 민간 투자와 맞물리면서 2025년 우리나라 기업의 좋은 성과를 기대해 본다.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 gm1004@kookmi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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