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공무 출장을 간 공무원들이 거의 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하는 사례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외출장 보고서를 검수하는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고 국가공부원 복무 예규를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이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림축산검역본부와 가축위생방역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들은 각각 올해 6월 11일부터 15일까지, 18일부터 22일까지 일본으로 국외 출장을 다녀왔다.
출장 날짜가 달랐음에도 결과보고서 내용은 거의 같았다. 특히 일부 순서가 바뀐 것을 제외하면 보고서 내 '교육생 질의답변'까지도 모두 동일했다.
오타까지 똑같은 사례도 있었다.
법제처와 해양수산부, 농식품부, 질병청, 국토교통부 등 중앙행정기관 법제업무담당자 33명은 올해 5월 20일부터 26일까지 5박 7일 일정으로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단기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이들은 출산 정책 관련 법·제도 연구와 에너지선 순환 정책 법·제도 연구 등 두 팀으로 나눠 일정을 소화했다.
그러나 이들이 제출한 보고서는 모두 같았다. 특히 보고서 내 여러 곳에서 오타나 맞춤법 오류 등도 그대로 복사에 이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병진 의원실과 본지가 파악한 내용에 따르면 '조항를'이나 '필필요성' 등 어법에 맞지 않거나 오타 등도 동일했다.
지난해 농수산대학교가 국내장기현장 실습생을 대상으로 단기 해외연수를 보낸 뒤 제출한 보고서에는 인터넷에서 사진을 다운받은 케이스도 있었다.
농식품부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는 이병진 의원실 의원에 “국가공무원 복무·징계 관련 예규에 따르면 동일한 목적으로 2인 이상이 단체로 출장한 경우 합동보고서 제출 및 등록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서로 다른 기관에서 보낸 출장에서 보고서 내용이 모두 같은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병진 의원은 “합동보고서라면 각 기관이 이를 전부 모아 한 개의 보고서만 제출하면 된다. 그러나 이들은 각자 다른 기관의 이름으로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이는 해당 규정을 부적절하게 활용한 꼼수”라며 “출장보고서에 대한 검수 시스템이 매우 부실하다. 전수조사를 통해 동일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개선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