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플랫폼 규제, 유연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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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 입법 방향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국회와 정부를 중심으로 플랫폼 규제 논의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이전 회기에서 자동 폐기된 법안을 거의 그대로 발의한 법안이 10여건에 달한다. 또 연초에 플랫폼법 제정 논의를 중단했던 공정거래위원회도 사후추정 방식을 중심으로 한 플랫폼 규제 입법 방향을 다시 천명했다. 의원입법 형태로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플랫폼 반경쟁행위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플랫폼 생태계와 산업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균형감을 상실한 채 플랫폼을 규제해야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의식이 지배하고 있다는 점이다. 플랫폼 업계가 단순한 반발을 넘어 규제의 방향성과 그 영향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을 요구하는 배경이다. 규제가 가져올 부작용을 면밀히 따져보고, 산업 진흥과 공정성이라는 두 축을 균형 있게 고려한 정책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공정위가 추진하는 공정거래법 개정과 관련해 심사숙고해야 할 부분이 있다.

우선 법 위반 행위가 발생할 경우, '사후추정' 방식으로 입증책임을 사업자에게 전가하는 방식은 유례가 없는 규제 방식이다. 반경쟁 행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하고, 플랫폼 사업자에게 반경쟁행위가 없었음을 증명할 책임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플랫폼 사업자가 경쟁을 제한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특히 규제기관의 책임을 사업자에게 떠넘기는 방식으로 업체의 활동 자체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

임시중지명령 제도에 대한 우려도 크다. 공정위는 반경쟁행위에 대한 최종 판단이 내려지기 전이라도, 임시적으로 플랫폼 기업의 행위를 중단시킬 수 있는 권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는 플랫폼의 정당한 사업 활동을 과도하게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 기업들의 새로운 시도 자체를 막는 일이 된다면 최악이다. 플랫폼이 제동을 걸릴 경우, 그 피해는 플랫폼에 의존하는 중소업체와 소비자에게도 고스란히 전가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국제통상 마찰 가능성도 여전히 상존한다. 미국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는 최근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한미 경제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았다.

향후 플랫폼 규제 논의 과정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규제의 유연성과 균형을 확보하는 것이다. 플랫폼 생태계는 매우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단일한 규제 방식보다는 원칙 기반의 규제를 통해 플랫폼의 자율성과 혁신을 보장하는 동시에, 필요할 경우 규제를 조정할 수 있는 유연한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플랫폼 스스로 규제 기준을 설정하고,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협력할 수 있는 자율규제 모델도 다시 한번 대안으로 검토해야 한다.

플랫폼 규제는 공정성 확보와 산업 진흥이라는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작업이다. 지나친 규제는 산업의 성장을 저해하고, 지나친 자율은 시장의 불공정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규제 당국은 유연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면서도,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러한 균형 잡힌 접근만이 플랫폼 산업을 지속 가능하게 성장시키고,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이다.


양종석 기자 jsy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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