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은 이제 단순히 문장을 생성하는 단계를 넘어 실제 행동을 수행하는 '실행형 에이전트'로 진화하고 있다. 그 중심에 바로 '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MCP)이 있다. MCP는 복잡한 API 연동 없이도 AI가 외부 애플리케이션(앱)과 연결돼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해주는 개방형 AI표준이다. 이 기술은 AI 비즈니스 생태계를 어떻게 바꿔놓을까.
#사례 1: AI가 문서를 열어 회의록 작성
“회의록 정리해줘.” 클로드 AI 앱을 열어 이렇게 명령하면 AI는 스스로 노션 앱을 열어 새 페이지를 만들고 회의 주제와 내용을 요약해 직접 문서를 작성한다. 엔트로픽의 AI 모델 클로드가 MCP를 통해 노션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사람이 직접 해야 했던 일들을 'AI의 손'이 문서를 열어 작성하도록 자동화한 것이다.
#사례 2: AI가 쇼핑 비교부터 구매까지
“이 공기청정기 어때?” 퍼플렉시티나 챗GPT 오퍼레이터는 MCP를 통해 쇼핑 플랫폼과 연결돼 사용자의 요청을 척척 처리해준다. 사용자가 “30만원 이하로 거실용 공기청정기 추천해줘”라고 하면, AI는 수 천개의 사용자 리뷰를 분석하고, 성능과 필터 수명, 소음 수준 등을 비교해 가장 적절한 제품을 선택해 최종적으로 구매까지 대신해준다. 마치 사람처럼 여러 쇼핑 플랫폼을 찾아다니며 제품을 비교 분석한 뒤 쇼핑을 대신해주는 'AI 쇼핑 에이전트' 역할을 한다.
#사례 3:코딩 몰라도 자연어로 앱 제작
“코드 짜줘” 코딩 어시스턴트 커서(Cursor)는 MCP를 통해 개발 환경과 통합된다.
코딩을 모르는 비개발자도 자연어로 “사용자 로그인 기능 구현해줘”라고 명령하면, MCP가 연결된 통합개발환경(IDE) 상에서 필요한 코드가 생성되고 파일에 삽입된다. 이처럼 코드를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AI 프롬프트를 통해 '명령만 하면 AI가 알아서 코딩을 해주는' 바이브 코딩(Vibe Coding)세상으로 개발 생태계가 급변하고 있다.
이 같은 혁신은 2024년 11월 앤트로픽이 오픈소스로 공개한 프로토콜 MCP 덕분이다. AI는 그동안 수많은 분야에서 놀라운 성과를 만들어냈지만, 외부 프로그램과 연결되지 못하는 한 가지 본질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MCP가 이 연결의 벽을 허무는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AI가 외부 시스템과 연결되어 사용자가 원하는 작업을 실행해주는 혁신적 기능으로 AI의 표준이 되고 있다. AI가 외부 프로그램과 연결돼 기능을 실행하려면 '호스트(AI)'가 여러 개의 '서버(클라이언트)'를 연결해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데, 이때 호스트의 요청 내용을 담은 '표준 양식'이 바로 MCP다. 다시 말해, 호스트가 CEO라면 CEO의 주문사항을 수행하는 각 부서가 클라이언트고 MCP는 CEO의 요청사항, 작업내용 등을 정리한 '문서'에 해당한다. 'AI가 외부 앱과 이야기하고 행동하기 위한 공통 언어'라고 할 수 있다.
MCP는 '호스트-클라이언트-서버' 구조로 동작하며, 클로드, GPT, 제미나이 같은 AI 모델이 클라이언트를 통해 외부 서버(예:노션, 구글 시트, 슬랙)와 통신하는 방식이다.
이 구조 덕분에 한 번만 MCP 서버로 구축하면, 어떤 AI든 동일한 형식으로 해당 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 예전처럼 각각의 API를 따로 연동할 필요 없이, MCP 하나만 연동하면 AI가 실제 업무를 '실행'할 수 있는 통로가 열리게 된다. 이는 AI 비즈니스 모델 개발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바꿀 전망이다.
MCP가 '명령만으로 개발하는' 바이브 코딩 생태계를 만들고 있고 '명령만 하면 물건을 AI가 대신 구매해주는 GPT 쇼핑시대'를 열고 있다. AI가 외부 세계와 연결되어 인간의 업무를 대체하거나 보조하는 '실행형 지능(Executable Intelligence)'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HTTP가 인터넷을 만들었고, USB-C가 기기 연결의 패러다임을 바꿨듯, MCP는 AI의 실질적 활용을 가능케 할 '표준 인프라'가 될 전망이다. 빠른 응용과 활용으로 넥스트 AI 비즈니스의 선구자가 되는 도전이 필요하다.
최은수 aSSIST 석학교수·인텔리빅스 대표·CES2025 혁신상 심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