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 7시 카페에 앉아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간이 길어졌다. 혼자 생각에 잠길 때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표정과 움직임이 눈에 들어온다. 저마다의 삶에 몰두하는 모습들. 스마트폰에 집중하는 학생, 바삐 타이핑하는 회사원, 무언가 심각한 표정으로 통화하는 누군가의 모습까지. 그러나 이 모든 모습이 낯설지 않다.
나는 평소 스타트업을 함께 창업하거나 CFO, CSO 역할로 참여하면서 다양한 스타트업 대표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잠깐의 티타임 동안 이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을 듣고 함께 해결 방안을 고민하는 일이 자주 있다. 얼마 전에도 스타트업 대표 한 분과 대화를 나눴다. 그는 커피 잔을 만지작거리며 말을 꺼냈다.
“전생이 있다면 전생에 나라를 수없이 팔아먹은 사람들이 사업을 하면서 벌 받는 거라고 같이 창업한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계획대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고 자금 필요해서 자금 구해 왔더니, 동반자인 투자자가 갑자기 이것도 안 되고, 저 것도 안 되고 있다면서 간섭하고, 직원까지 강제로 자르고 신규 직원 추천하고, 서비스 기획이 잘되나 싶으면 인사 관리에서 문제가 터지고, 매출이 좀 나아진다 싶으면 수금이 안 되고, 회계가 엉망이 되어버리고. 문제 하나 해결하면 다음 문제가 기다리고 있고, 누구 하나 책임지려 하지 않고, 문제가 생기지 않게 미리 준비하는 것도 없고, 서로가 문제를 떠넘기기 바쁘고, 사람 때문에 겪는 상처와 배신, 믿었던 직원이 경쟁사로 넘어가거나, 함께 창업했던 파트너가 갑자기 의견을 바꾸고 나갈 때면 정말 그만해야 매일 같이 고민하네요. 이제 화도 안나요. 매일 5시간씩 자고 일하는데 누구를 위해 이렇게 사는지도 모르겠고, 정말 사는게 힘드네요.”
종종 이와 비슷한 얘기를 듣고 한결 같이 얘기한다. 모든 것이 '정상'이라고 지금 힘들고 계획대로 되지 않고 실패하고 또 실패하는 것이 지극히 '정상'이라고, 그럼에도 우리는 어떤 끌림 때문이지 명확히 설명도 힘들지만 지금 걷고 있는 이리 험난한 길을 걷고 있는 것이라고, 상대를 탓할 필요도 없다. 상대들은 서로의 위치에서 자신의 이득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라고, 상대가 본질적 원하는 것을 빠르게 파악하고 우리가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는지 없는지 파악하는 것이 우리 최고경영자 구성원들이 해야 하는 역할이라고.
언제부터 우리는 서로의 말을 진심으로 듣는 것을 잊어버렸을까. 중요한 문제를 이야기하려 할 때마다 “지금 바쁘니까 나중에 하자”며 회피하거나,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면서 넘어가 버리는 순간이 너무나 익숙해졌다. 결국 우리는 본질을 놓친 채 갈등을 키워가고 있다.
뉴스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세대, 성별, 정치적 입장을 둘러싼 갈등이 터져 나온다. 진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상대방을 공격하고 비난하는 것이 더 쉬워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직장이나 친구 사이, 가족 내에서도 이기심과 갈등은 점점 더 일상적인 모습이 되고 있다.
돌이켜 보면 어린 시절 어른들의 대화는 지금과 달랐다. 그들은 문제가 생기면 서로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듣고 함께 고민하며 문제의 본질을 찾으려 애썼다. 의견이 다르더라도 시간을 가지고 함께 답을 찾아 나갔다. 그 시절의 진지하고 따뜻했던 대화가 이제는 그리워진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건 서로의 속도에 발맞추고 함께 문제의 본질을 찾아 나가는 것이다. 화려한 말잔치나 일방적인 속도전이 아니라, 진심으로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의견을 나누며 함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우리가 회복해야 할 것은 서로를 향한 진심이고, 빠르게만 달리는 경쟁이 아니라 서로의 보폭에 맞춰 함께 나아가는 협력의 힘이다.
오늘도 카페 창가에 앉아 생각한다. 나부터라도 함께 하고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듣고, 서로의 속도에 발맞춰 함께 본질을 찾아가는 사람이 되자고 말이다. 그런 작은 실천이 결국은 우리 모두가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시작이 될 거라 믿는다.
함성룡 (재)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상임이사(C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