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눈독 들이던 중국, 게임 기술 활용 ‘디지털 문화재 복원’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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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텐센트가 선보인 디지털 만리장성

중국이 자국 전통 문화재를 복원하고 문화 유산을 보존하는데 게임 개발에 활용되는 각종 첨단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문화재 보호 과학기술 혁신 사업에 텐센트와 같은 빅테크 기업이 적극 참여, 디지털화 지원에 속도를 낸다. 최근 김치, 한복에 이어 한옥까지 중국 네티즌 공격을 받은 가운데 국내에서도 문화 디지털화 전략에 민·관의 적극적인 협력이 요구될 전망이다.

텐센트는 최근 연례 게임 콘퍼런스를 통해 중국문화유산보호재단과 공동으로 진행 중인 ‘구름 위 만리장성’ 프로젝트 경과와 둔황 석굴(막고굴) 디지털 문화 관광 체험 계획을 공개했다.

구름 위 만리장성은 다양한 최첨단 게임 기술을 바탕으로 구현한 몰입형 인터랙티브 콘텐츠다. 초정밀 사진 스캐닝과 모델링으로 수만여개에 이르는 디지털 에셋을 렌더링 했다. 대규모 오픈월드 게임 개발 등에 쓰이는 절차적 콘텐츠 생성(PCG) 기술과 게임 그래픽 엔진, 클라우드 인프라 등도 대거 활용됐다.

디지털 둔황 석굴은 6만여점에 이르는 문화재가 가상공간에 전시된 형태다. 다국어 서비스를 지원하고 오프라인 명승지와 결합한 체험 시나리오도 개발 중이다. 중국 자국민은 물론 해외 관광객에게도 풍부한 디지털 문화관광 체험을 제공한다는 목표다.

중국 정부는 2021년 ‘문화재 보호 및 과학기술 혁신을 위한 14차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지난해부터 ‘국가 문화 디지털화 전략’을 이행하고 있다. 정부 주도로 문화 데이터 서비스 통합 플랫폼을 공동으로 구축, 문화유산 보호와 수단으로 디지털 기술 활용을 촉진했다.

구름 위 만리장성과 디지털 둔황 석굴은 이 같은 정부 기조에 중국 최대 게임사이자 빅테크 기업인 텐센트가 부응해 대규모 자본과 기술력을 투입해 프로젝트를 수행한 것이다. 텐센트는 차후 디지털 기반 문화유산 보호와 콘텐츠 공급을 지속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우리 정부 역시 올해 처음으로 ‘문화 디지털 혁신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2025년까지 문화 디지털 사업과 문화기술 연구개발(R&D)에 1조1000억원을 투자한다. 디지털 융·복합 인재 6만6000명을 양성하고 디지털 문화 자원 40만건도 개방할 예정이다.

다만 중국과 비교하면 시기적으로 한발짝 늦은데다 투입 재원 규모도 상당한 차이가 난다. 앞서 한국문화정보원이 언리얼 마켓 플레이스에 올린 조선시대 양식 전통 가옥 디지털 에셋은 ‘중국 문화를 베꼈다’며 중국 네티즌의 평점 테러와 악성 댓글에 시달렸다. 이미 디지털 영역에서 예고된 문화 공정에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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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어비스는 2023년 4월 11일 서울 중구 한국관광홍보관 하이커 그라운드에 검은사막 아침의 나라 팝업 스토어를 오픈했다.

국내에서도 뛰어난 디지털화 기술력을 지닌 게임사의 협력과 참여가 기대된다. 펄어비스가 선보인 검은사막 ‘아침의 나라’ 콘텐츠는 조선을 모티브로 한국적인 명소를 정밀하게 재현해 호평 받았다. 앞으로 유사 프로젝트 추진 시 기획 단계에서 개방형 문화 자원을 활용하고 통합 플랫폼에 참여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한국문화정보원 관계자는 “에픽게임즈 언리얼 마켓 플레이스와 유니티 에셋스토어에서 우리 전통 문화 디지털 에셋이 전세계 개발자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일부 평점 테러와 악성 댓글은 지속 모니터링하고 플랫폼 운영자 신고를 통해 디지털 문화 자원을 보호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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