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8일 사흘 동안 진행된 올해 첫 국회 대정부질문에선 주요 민생현안으로 '난방비'가 도마 위에 올랐다. 가스요금 인상으로 불거진 이른바 '난방비 폭탄' 논란에 정부와 여야는 설전을 주고받았다. 수많은 질의와 답변이 오갔지만 뾰족한 수는 나오지 않았으며, 결국 '책임공방'만 반복했다.
2월도 중순으로 넘어가면서 최강 한파의 기세는 꺾였지만 정치권의 난방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가장 추웠던 1월 가스요금 고지서가 전달되면 관련 이슈는 한 차례 더 불을 지필 것이다.
난방비와 관련해 현재 여야가 서로 주장하는 포인트는 '문재인 정부 에너지요금 포퓰리즘'과 '윤석열 정부 시장예측 실패'로 요약된다. '누가 맞고 틀리다'를 떠나 논쟁의 초점이 상대 당을 향한 책임 떠넘기기에 맞춰져 있다.
반면에 나오는 대책은 언 발에 오줌 누기다. 정부가 발표한 취약계층 대상 에너지바우처 확대와 요금 지원, 정치권에서 제안되는 지원 대상 확대 및 추가경정예산 등은 이번 사태가 발생한 원인을 외면한 곁가지다.
에너지요금으로 말미암은 국민 불만이 폭발하고 정치권이 깜짝 놀라 허둥대는 모습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겨울에는 가스요금이 문제라면 여름에는 냉방 관련 전기요금 누진제가 논란거리로 되어 왔다. 에너지요금은 정치권 압박으로 수술대에 오르기 일쑤였다.
그때마다 에너지 업계에선 연료비연동제 이슈가 터져 나왔다. 시장논리에 맞춰 연료비가 오르면 소비요금도 올라야 하는데 이는 매번 무시되고, 이슈가 터질 때만 정치 논리로 요금이 조정됐기 때문이다.
지금 정치권이 공방을 벌이는 난방비 시시비비를 굳이 가린다면 여당과 야당 모두에 책임이 있다. 그 어느 정권도 전기와 가스요금을 연료비에 맞추지 않았고, 관련 공기업이 재무 위기에 빠지는 상황까지 가서야 우격다짐으로 조정했다. 시장논리보다 여론에 굴복했고, 그 누구도 에너지요금에 방울을 달지 않았다. 모두가 방관자였고, 그 수십년 동안 방치한 결과물이 드러난 셈이다.
올여름과 다시 찾아올 겨울 때도 제2의 난방비 논란은 또 터질 수 있다. 그때도 바우처·지원금 지급과 같은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묻고 싶다. 정치적으로만 에너지요금을 다룬다면 더 이상 '요금'이 아닌 '세금'으로 취급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에너지에 공공성이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저렴하게 많이'라는 정치권 콘셉트로 요금정책을 이어 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 특히 기후변화 대응과 온실가스 감축 차원에서 고려하면 가격 신호를 통한 에너지 소비 감축은 필수적이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선 친환경 에너지 생산과 함께 총수요를 줄이는 절감 노력이 함께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수요관리, 녹색건축, 에너지 효율화 사업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시장에 정착하지 못하고 쓴잔을 들이키기 일쑤다. 가장 큰 원인은 저렴한 요금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에너지를 줄여야 한다는 인식이 약하다. 또 에너지를 줄인다고 해서 얻는 이득도 크지 않다 보니 그 누구도 에너지를 아끼고 고효율 가전과 기기를 살 이유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가격 신호가 없는 에너지요금은 기후변화에 역행하는 셈이다.
최근 정부 기조는 언제까지고 공공요금에 국가재정을 투입할 수 없다는 모습이다. 이번 난방비 논란의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취약층 지원에는 나섰지만 요금만큼은 시장논리를 반영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물론 이번 정부 역시 시장논리와 공공성의 접점에서 고민을 거듭할 것이다. 과연 이번에는 에너지요금에 방울이 달릴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