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선]기업시민 경영과 프리미엄 브랜드

중국 로봇청소기 기업의 국내 사업행태와 개인정보보호 체계를 취재하며 '기업하는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기업이 사업을 영위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기업의 존재 목적은 이윤 창출이다. 지속적 이윤 창출이가능하려면 '좋은 제품'을 만들어 '잘 팔리게' 해야 한다. 하지만, 과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우선 제품 판매 국가와 지역 사회에서 우수 품질과 서비스로 제품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쌓아야 한다. 나아가 '믿을 수 있는 기업'에 대한 브랜드 인지도를 형성한다면 운신의 폭은 넓어질 수 있다. 신뢰감 있는 기업, 친근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드는 것을 넘어 사회 구성원으로서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하기 위한 사회공헌 활동이 기업가치평가 기준이 된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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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옥진 기자

이런 잣대로 한국에서 돌풍을 일으킨 로봇청소기 기업의 국내 사업 구조를 평가하면 사실상 낙제점이다.

한국에서 정식으로 법인을 설립하고 직접 고용한 사례가 거의 없다. 심지어 국내 총판이 아닌 중국 총판을 동원해 국내 유통하는 곳도 있다.


로봇청소기 시장 1위 로보락의 경우 팅크웨어 모바일에 초기 국내 유통을 맡긴 점이 성공 배경으로 평가받았다. 실제로는 '무천테크놀로지(무천국제전자상거래유한공사)'라는 중국 유통사가 전체 유통을 주관하면서 팅크웨어 모바일에 플래그십 모델 S시리즈의 유통권을 주는 계약 구조다. 다른 하위 모델 제품군은 또 다른 중국계 총판이 국내 유통을 맡았다.

이같은 구조는 사실상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익까지 모두 중국 기업이 차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내 온·오프라인 마케팅까지 중국 회사가 담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고용과 투자에는 인색하고 판매에만 열을 올리는 기업의 민낯이 고스란히 보였다.

중국 로봇청소기 제조사의 개인정보 보호체계는 허술을 넘어 황당할 정도다. 이렇게 허술한 체계로 수년간 한국 사업을 해왔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프리미엄', '1위'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될 정도로 책임감 있게 사업을 하고 있는 게 맞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중국 현지보다 2배 비싼 높은 가격, 부실한 개인정보 체계, 사회에 기여하지 않는 철저한 중국 중심 사업구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브랜드의 제품은 지금도 팔린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중국 로봇청소기 개인정보 유출이 걱정된다”는 글에 “안 쓸 때는 카메라 앞에 종이를 붙여놓는다”는 댓글이 종종 보인다. 100만원 중후반대의 비싼 가전에 어울리지 않는 웃픈 현실이다.

로보락의 글로벌 매출은 1조원이 훌쩍 넘는다. 지난 해 국내 매출은 약 2800억원대로 추정된다. 이는 국내 전체 가전 시장에서 매출 10위권에 드는 중견 기업 수준이다.

국내 가전 유통가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미국·유럽에서 성공하기 위해 한국을 발판삼아 좋은 성적표를 내고 결국 팽할 것이라는 냉소적 시각이 파다하다.

어느 순간 사후서비스(AS)도 안되고, 판매처도 사라진 먹튀 브랜드로 기억되지 않기를 바란다.

중국 로봇청소기 기업이 한국에서 믿을 수 있는 건강한 기업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려면 기업 시민의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더 이상 늦춰서는 안된다. 가사 부담을 줄여주는 게 능사는 아니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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