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평화·번영 3대 비전 제시
미-중 경쟁관계 속 '균형' 택해
디지털·보건 맞춤형 개발 협력
우리나라 인도·태평양(인태) 전략이 확정됐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인태전략이 군사안보 중심이라면 윤석열 정부는 특정 국가를 배제하지 않고 역내 경제 안보와 첨단과학기술 협력에 방점을 뒀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2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자유, 평화, 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했다. 우리 정부가 독자적 지역 외교 전략을 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실장은 자유·평화·번영이라는 3대 비전 아래 포용·신뢰·호혜 3대 협력 원칙을 제시했다.
김 실장은 “우리 인태전략은 지정학·지경학적 중요성이 커지는 인태 지역에서 글로벌 중추 국가를 지향하는 국익을 실행하고자 하는 포괄적 지역전략”이라면서 “윤석열 정부가 인태 지역을 어떻게 보며, 우리 국익 극대화를 위해 어떤 방향성으로 협력할지를 상세히 담았다”고 설명했다.
9개 중점 추진과제도 공개했다. △규범과 규칙에 기반한 질서 구축 △법치주의와 인권 증진 협력 △비확산·대테러 협력 강화 △포괄안보 협력 확대 △경제안보 네트워크 확충 △첨단과학기술 분야 협력 강화 및 역내 디지털 격차 해소 기여 △기후변화·에너지안보 관련 역내 협력 주도 △맞춤형 개발협력 파트너십 증진을 통한 적극적 기여 외교 실시 △상호 이해와 문화·인적 교류 증진이다.
대통령실은 이번 인태전략 발표를 계기로 양자·지역·글로벌 현안에 대해 적극적인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디지털, 보건, 기후·환경 분야에서 맞춤형 개발 협력을 통해 인태 지역 평화와 번영을 증진하는 '기여 외교'를 적극 추진하고, 그 과정에서 한류 문화(K-컬처)·교육인프라와 같은 우리나라의 소프트파워를 협력 촉진제로 활용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또 포용·신뢰·호혜라는 3대 협력 원칙을 바탕으로 특정국 배제 없는 지속 가능한 파트너십을 구축해 경제성장, 민주화, 기술·문화 성과를 파트너국과 공유하고 상호 이익을 추구하겠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한 점이다. 미국의 인태전략과 중국의 일대일로가 특정국을 배제하고 역내 패권을 공고히 하기 위한 전략이라면 우리 인태전략은 중국은 물론 몽골, 캐나다,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국가와의 협력에 중점을 뒀다.
김 실장은 “중국은 이사해서 갈 수 없는 우리 이웃이다. 경제적으로도 미국과 일본을 합친 것보다 무역량이 많다”면서 “중국과의 협력 거부는 현실과 상당히 거리가 있다는 생각으로, 미국 인·태 전략과의 차이라면 차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강조해 온 글로벌 중추 국가로의 위상을 정립하면서 미-중 경쟁 속에서 균형을 맞춘 것으로 평가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우리 인태전략에는 미국·일본만큼 중국과의 협력도 중시한다. 또 ODA를 비롯한 경제협력 관계 위에 외교안보를 추가했다”고 부연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