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당 2000개' 아이티아이, 초고속 유리기판 TGV홀 기술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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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에 대응할 차세대 반도체 기판으로 유리기판이 급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고속으로 '유리관통전극(TGV)'홀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이 국내 개발됐다. TGV홀은 전기가 흐르는 미세 통로로, 반도체 유리기판 제조에 필수다.

아이티아이는 14일 유리기판에 TGV홀을 초당 2000개 생성할 수 있는 레이저 가공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는 업계 최상위급 속도로 유리기판 생산성 향상이 주목된다.

유리기판은 현재 반도체에 사용 중인 플라스틱 기판보다 신호의 전달 속도가 빠르고 전력 효율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또 유리는 표면이 매끄러워 고밀도 회로 설계를 가능하게 하고, 내열성이 높아 발열이 심한 환경에서도 변형될 가능성이 작다.

그러나 유리의 최대 단점은 깨지기 쉽다는 점이다. 유리 소재 특성상 가공 시 작은 금(크랙)이나 흠집에도 파손 가능성이 크다.

아이티아이는 이처럼 다루기 힘든 유리를 가공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 TGV홀을 빠르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석준 아이티아이 대표는 “유리의 열팽창계수(CTE) 수치가 크면 깨지기 쉬운데, 회사는 CTE 값이 높은 7.8ppm/℃의 유리까지 제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파인 포밍' 기술로 TGV홀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자체 설계한 레이저 광학 장비로 광 에너지 분포를 정밀 제어해 원형의 홀을 뚫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레이저를 사용해 TGV홀을 가공하면 홀의 상하 지름편차가 발생하고, 이 경우 전기적 신호 전달 장애와 열팽창에 따른 기판 파손 우려가 생긴다. 반면에 아이티아이는 크랙 없는 원형의 TGV홀을 뚫어낸다.

이 대표는 “0.3~1.3밀리미터(㎜) 두께 일반 유리에 직경 0.05~0.15㎜의 TGV홀을 0.2밀리미터(㎜) 간격으로 초당 2000개, 시간당 720만개 뚫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로 515㎜, 세로 510㎜ 유리기판 기준 약 625만개 TGV홀을 만드는데 52분 정도가 소요된다.

정밀도도 갖췄다. 아이티아이는 ±3마이크로미터(㎛)의 위치 정밀도로 상하 지름편차가 ±5㎛ 이하로 TGV 홀을 뚫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업계에서 요구하는 지름편차 수준은 ±10㎛ 이하인데 이를 충족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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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아이 '파인 포밍' 기술로 뚫은 유리관통전극(TGV)홀. 상하 지름 편차가 ±5마이크로미터(㎛) 이하로 깨끗한 원형을 보여준다.

아이티아이는 100만개 홀을 뚫을 때 발생하는 불량 홀은 9개 이하 수준으로 안정적 수율까지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회사는 반도체 제조사, 기판 업체와 협력해 이 기술을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이석준 대표는 “27년간 자체 개발한 레이저 원천 기술 기반의 내부 파일럿 라인을 구축했다”며 “복수의 고객사들과 긍정적으로 협의를 이어가는 만큼, 내년에 첫 공급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