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직장' 산은, 부산行 논의에 줄퇴사…하향 이직도 속출

30~40대 젊은 직원 절반 차지
캐피털사 등 하향 이직도 다수
"외풍에 흔들리는 조직에 환멸"
노사 간 이전 논의 강대강 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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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보수, 안정적 근무 환경, 금융권 영향력 등으로 최고의 금융 공기업으로 꼽히는 KDB산업은행에서 '줄퇴사'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본점이 부산으로 이전될 수 있다는 불안을 느낀 직원들이 하향 이직하는 사례도 있어 내부가 동요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산업은행 직원 76명이 퇴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80여명이 퇴사하는데 올 상반기에만 이에 맞먹는 인원이 회사를 떠난 셈이다.

임금피크제 직원이 42명으로 가장 많지만 30~40대 젊은 직원도 34명이나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투자업무 부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서 등에서 일하는 직원이거나 회계사 등 전문 자격증이 있는 직원이 나가고 있다.

산은을 떠나는 이들은 업무 성격이 비슷한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으로 연봉을 높여 가는 경우도 있지만 제2금융권인 캐피털사나 스타트업으로 하향 이직하는 경우도 다수다.

한 산은 직원은 “직원들의 하향 이직에 내부에선 말리기도 하지만 나가는 직원들을 적극적으로 잡지 못하고 있다”며 “대부분 젊은 직원들이 맞벌이를 하는데 갑자기 근무지가 바뀌어 가족과 떨어지게 될 수 있다는 걸 못견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직 이전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젊은 직원 줄퇴사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정부 등 외풍에 따라 흔들리는 조직에 환멸을 느껴 나간다는데 어떻게 말리느냐”는 얘기도 나온다.

산은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건 윤석열 대통령 대선 공약이자 새 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다. 여기에 대통령 선거에 이어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 박형준 부산시장이 재선에 성공하고, 부산지역 16개 자치단체장과 42개 시의회 의석을 여당이 휩쓸면서 본점 이전이 탄력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전이 실제로 이뤄지는 시기는 아무리 빨라도 2028년쯤으로 전망된다. 본점을 서울에서 부산으로 옮기려면 산은 내부 직원들의 공감대를 얻어야 하고 또 '본점을 서울에 둔다'는 산업은행법 개정도 필요하다. 다만 부산을 지역구로 둔 야당 의원 일부도 찬성 입장을 보이고 있어 오는 2024년 국회의원 선거 전에 이전이 확정될 가능성은 있다.

노사는 극한 대치를 벌이고 있다. 노조는 새 정부 출범 후 취임한 강석훈 회장이 부산 이전이라는 새 정부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 왔다고 여기고 있다. 지난 6월부터 노조원 등 500여명 직원은 부산 이전을 반대하는 집회를 매일 열고 있다.

반면 강 회장은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본점 이전과 관련한 한 의원 질의에 “가능한 빨리 시행할 것”이라며 추진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강 회장이 불참한 가운데 최근 열린 부산 이전 관련한 산은 내부 설명회는 성과 없이 끝났다. 강 회장이 취임하면서 내 건 소통위원회 설치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표]한국산업은행 현황

'신의 직장' 산은, 부산行 논의에 줄퇴사…하향 이직도 속출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