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스타트업]<4> 70m 상공서 0.3㎜ 균열을 찾는다…시설물 점검 혁신 니어스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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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비행이 가능한 드론이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14일 인천 서구 경인항 인근에서 니어스랩 엔지니어가 드론 스스로 비행해 풍력발전기 외부균열을 점검하는 자율주행 드론 니어스윈드의 비행상태를 확인하고 있다./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이륙하겠습니다.”

인천 서구에 위치한 풍력발전기 앞. 파일럿이 비행 시작을 알리자 '웅'하는 소리와 함께 드론이 날아올랐다. 단숨에 70m 높이 풍력발전기 상단으로 날아간 드론은 발전기 날개, 블레이드에 가까이 도착하자 호버링(정지비행)을 시작했다. 블레이드를 인식하고 점검할 준비를 마친 것. 파일럿이 조종기 패드에서 '다음(NEXT)' 버튼을 누르자 드론이 5m가량 거리를 유지하며 길이가 37.5m나 되는 블레이드를 1초에 한 장씩 촬영하며 데이터를 모았다. 블레이드에 결함이 있는지 점검을 시작했다.

이 드론에는 니어스랩이 개발한 자율비행 솔루션 '니어스윈드'가 탑재됐다. 2015년 설립된 니어스랩은 산업시설 안전점검 자동화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사람의 손이나 육안으로 검사가 힘든 산업시설물을 드론과 디지털 이미지 분석으로 대신한다.

드론으로 수집된 데이터는 '주머블'이라고 불리는 디지털 트윈 플랫폼에 업로드 된다. 여기서 결함의 크기와 종류, 심각도 등을 자동으로 검출한다. 0.3㎜ 크기 균열까지 잡아낼 수 있을 정도로 정밀한 점검이 가능하다.

블레이드 3개가 달린 풍력발전기를 모두 점검하려면 총 12번 촬영해야 한다. 블레이드에 면이 4개 있어서다. 니어스랩 기술의 강점은 비행 한 번으로 점검을 마무리하는 원스톱 솔루션에 있다. 점검을 위해 풍력발전기를 단 한 번만 멈추면 된다. 일반적인 드론의 경우 아래에 카메라가 부착돼 있어 드론 위 물체를 촬영하면 드론 프로펠러 등이 같이 찍힌다. 이 때문에 다른 드론은 2~3번 착륙한다. 블레이드를 다시 돌려 바닥을 보고 있던 면이 하늘을 향하게 하기 위해서다.

니어스랩 관계자는 “비행 안정성을 위해 대다수 드론이 아래에 카메라를 부착한다”면서 “니어스랩은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드론 앞쪽에 카메라를 달았고, 카메라를 앞쪽에 부착했는데도 안정적으로 비행하는 게 기술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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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비행이 가능한 드론이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14일 인천 서구 경인항 인근에서 니어스랩 엔지니어가 드론 스스로 비행해 풍력발전기 외부균열을 점검하는 자율주행 드론 니어스윈드의 비행상태를 확인하고 있다./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드론은 15분 만에 임무를 완수하고 지상으로 내려왔다. 사람이 점검하면 대략 6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다.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수십m 높이에서 사람이 육안으로 점검하는 아찔한 작업이다. 최재혁 니어스랩 대표가 드론 솔루션을 세상에 놓은 것도 로프에 의지해 시설물을 점검하는 작업자를 보며 '아직도 위험한 일을 사람이 직접 하는 것'에 의문을 품었기 때문이다.

니어스랩은 자율비행 기술력을 앞세워 국내 풍력발전기의 60% 이상을 점검했다. 세계 3대 풍력 터빈 제조업체인 지멘스가메사, 제너럴일렉트릭(GE), 베스타스를 고객사로 확보하는 등 글로벌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지멘스가메사와는 지난 2020년 처음 손을 잡은 이후 올해까지 3년 연속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으로 터키·폴란드·마세도니아·세르비아 등 국가까지 확장됨에 따라 솔루션 제공 물량도 지난해 대비 유럽은 3배, 북미는 2배 수준으로 늘어났다. 니어스랩 솔루션은 유럽 15개 이상의 국가와 북미 풍력발전단지에 투입하게 됐다. 니어스랩은 2025년까지 전 세계 시장 점유율 3위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재학기자 2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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