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대표 사이버 보안 기업 안랩이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미국·이스라엘 사이버 보안 기업이 세계를 주름잡는 가운데 안랩이 걸어온 30년 역사가 갖는 의미도 남다르다.
안랩의 출발점은 1995년 3월 서울시 서초구 작은 사무실로 거슬러 올라간다. 안철수 창업자가 공익 목적으로 7년간 무료 배포한 '백신(Vaccine)'을 중심으로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에 안 창업자를 비롯해 세 명이 의기투합했다. 당시만 해도 국내 보안 시장은 그야말로 불모지였다.
백신으로 시작한 안랩은 통합 보안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백신이라는 핵심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개인용컴퓨터(PC) 보안 제품, 네트워크 보안 제품, 보안관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보안 영역을 아우르고 있다. V3 1개 제품으로 문을 연 안랩은 현재 엔드포인트, 클라우드, 서비스, 보안 운영, 가상물리시스템(CPS) 등 6개 플랫폼에서 30여종의 제품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30년 동안 안랩 몸집도 수백 배 커졌다. 1995년 5억원이었던 매출은 2000년 100억원을 넘었고 2012년엔 10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엔 2606억원의 매출 성과를 기록했다. 임직원 수도 현재 약 1300명으로 불어났다.
나아가 안랩은 단일 회사가 아닌 '그룹'으로 거듭났다. 인공지능(AI) 기반 관제시스템 전문 자회사 '제이슨' 인수, 운영기술(OT) 보안 기업 '나온웍스' 자회사 편입, 블록체인 자회사 '안랩블록체인컴퍼니' 설립, 차세대 클라우드 운영관리 서비스(MSP) 전문 자회사 '안랩클라우드메이트' 출범 등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앞세워 '안랩 그룹'으로 입지를 다졌다.
이제 안랩의 시선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로 향해 있다. 2002년 일본 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2003년 중국 법인을 세웠다. 특히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보안기업 'SITE'와 설립한 합작법인 '라킨'(Rakeen)의 행보가 주목된다. 올해 Rakeen 브랜드로 안랩의 엔드포인트플랫폼(EP), 네트워크(NW), 확장형탐지·대응(XDR)을 포함한 주요 보안 솔루션을 사우디 시장에 공식 출시한다. 이를 기반으로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 등으로 보폭을 넓힐 계획이다.

안랩의 30년은 단순 보안 기업이 아닌 '영혼이 있는 기업'을 지향해왔다는 점에서도 가치를 더한다. 안랩은 영혼이 있는 기업을 단순히 이윤을 추구하는 것을 넘어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관과 존재 의미를 가진 기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는 안철수 창업자가 1995년 공식 법인 설립 당시에도 비영리 연구소 형태를 계획할 만큼 '공익'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과 맥을 같이한다. 이러한 창업 철학은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기여한다'는 기업 미션에 담겨 이어져 오고 있다.
안 창업자의 철학과 안랩의 핵심가치는 '맥아피 일화'에서 잘 드러난다. 1997년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으로 큰 한국의 보안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글로벌 보안회사 간 쟁탈전이 벌어졌다. 당시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에 인수 제의를 한 기업은 맥아피, 시만텍, 트렌드마이크 등이다. 이 가운데 맥아피가 가장 적극적이었다. 빌 라슨 맥아피 회장은 1997년 실리콘밸리에 있는 본사로 안철수 창업자를 초청해 인수 조건으로 1000만달러(약 114억원)를 제시했으나 안 창업자는 거절했다. 안 창업자는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을 보호·육성하겠다는 의지와 직원들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거절했다고 밝혔다.
안랩은 이러한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국내 주요 정보보안의 최전선에서 국민과 주요 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2011년 3·4 디도스 공격, 2009년 7·7 디도스 대란 등 사이버 공격으로 혼란을 겪을 때 안랩은 말 그대로 우리 사회의 '백신'이 됐다. 또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의 공식 정보기술(IT) 보안 소프트웨어 서포터로 국제 행사를 노리는 사이버 공경에 성공적으로 대응하기도 했다.
안랩 관계자는 “기업의 존재 목적이 단순한 수익 창출이 아니라, 고객과 사회에 가치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성과가 따라오는 것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안전해서 더욱 자유로운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재학 기자 2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