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호관세' 엎친데 '민감국가' 덮쳐 … 韓 '사면초가'

美 에너지부, 내달 15일 추가
원자력·AI·과학기술 협력 제약
북핵 위협 속 안보 리스크 심화
정부 “美 고위 인사와 시정 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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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오찬을 함께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이 오는 4월 15일 우리나라를 '민감국가 리스트'에 추가키로 했다. 확정될 경우, 원자력과 에너지, 인공지능(AI), 과학기술 분야에서 미국과의 협력이 제약된다. 4월 2일 '상호관세' 부과까지 이뤄지면 나라 전체에 파장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우리나라를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Sensitive and Other Designated Countries List·SCL)'에 포함했다. 최하위 범주인 기타 지정국가다. 조 바이든 행정부 임기 종료 직전인 지난 1월 초에 이뤄진 일이다.

민감국가 리스트가 확정되면, 우리 국민은 DOE 산하 기관과의 협력사업을 진행할 때 더 엄격한 인증 절차를 거치게 된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고 방문만 할 경우에도 사전검토를 거쳐야 한다. 최소 45일 전까지 승인을 요청해야 한다. 민감국가 국민이 아닌 경우에는 5일 전에 제출한다.


우리나라는 DOE 및 그 산하 기관과 원자력, AI, 양자 등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서 밀접한 연구 협력을 진행해 오고 있다. 이번 민감국가 조치가 그대로 이어질 경우 한·미 양국간 첨단 분야 R&D 협력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대표적으로 국립에너지기술연구소(NETL)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간의 협력사업이 진행 중이며, 첨단바이오 분야에선 국립과학재단(NSF)이 주도하는 '글로벌 센터 프로그램'에는 우리 5개 연구팀이 선정돼 참여하고 있다. 연구팀은 매년 약 13억원씩 5년간 지원을 받는다. 또 첨단 배터리 분야에서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미국 로렌스리버모어 국립연구소와 함께 차세대 이차전지 공동연구 중이다.

원자력 분야에선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기술인 파이로프로세싱 분야 협력을 통해 핵연료 재활용, 방사성 폐기물 처리 등을 해결하고 있다. 첨단기술 분야에서도 AI, 양자 연구 중심지인 DOE 산하 국립연구소들과 우리 연구기관 및 대학이 공동연구 및 인력교류를 활발하게 진행해 왔다.

더 큰 문제는 안보 리스크다.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또다시 '핵보유국'으로 지칭했는데, 북한 핵 능력이 고도화된 상황에서 미국이 한국과의 원자력 협력을 제약하는 모습이 연출되면 북한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에도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이는 곧 우리 안보 위협이 커진다는 의미이며, 정치·사회적으로 불안정을 키워 경제산업 측면에서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DOE가 지정한 민감국가에는 중국과 북한, 러시아 등 미국의 적대국은 물론, 이스라엘과 대만, 인도, 우크라이나 등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맹도 있다. 민감국가를 핵을 보유하거나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관리가 필요한 나라를 지정하는 셈이다. 중동분쟁의 중심에 있는 이스라엘은 비공식적으로 핵을 보유한 국가이며, 대만은 중국 침략 위협을 받는 나라다. 핵 보유국인 인도도 파키스탄과의 핵전쟁이 우려되는 나라이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략을 받고 있다.

외교 당국은 “리스트가 시정될 수 있도록 에너지부·국무부 등 관계기관 고위급 인사들을 지속 접촉해 적극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며 “한미 과학기술·에너지 협력에 영향이 없도록 지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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