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유럽 출장길에 오른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중동 출장 이후 6개월 만에 글로벌 현장 경영을 재개한다. 대형 인수합병(M&A) 등 경영 현안 해결도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이 부회장은 7~18일 네덜란드를 포함해 유럽 주요 국가를 방문한다.
네덜란드 출장 중 반도체 장비업체 ASML 본사 방문이 유력하다. 이 부회장은 2020년 10월에도 ASML 본사를 찾아 피터 버닝크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ASML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사실상 독점 공급한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부문에서 세계 1위 대만 TSMC를 추격하는 입장에서 안정적인 EUV 장비 확보는 필수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4일 45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첨단 EUV 기술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증권가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ASML의 EUV 장비 출하량은 48대다. 이 중 15대는 삼성전자, 20대는 TSMC가 가져간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도 ASML EUV 출하량은 51대 수준으로 이 중 삼성은 18대, TSMC가 22대를 확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부회장의 유럽 출장으로 대형 M&A가 빠르게 추진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유럽에는 삼성전자의 M&A설이 돌았던 차량용 반도체 기업 NXP(네덜란드)와 인피니온(독일), 반도체 설계 기업(ARM) 등이 있다. ARM은 최근 M&A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매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1분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이 124조원에 달한다. 최고경영진도 M&A 논의가 심도 있게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한종희 부회장은 지난 1월 'CES 2022'에서 M&A 관련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다”고 한데 이어 최근 삼성호암상 시상식에서도 대형 M&A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의 출장길에 영국 방문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ARM M&A 논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이 부회장이 독일 지멘스를 방문해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지멘스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첨단 공정에 설계자동화(EDA) 솔루션 등을 공급한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가석방 후 처음으로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모더나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인 누바 아페얀 의장을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 버라이즌 등 경영진을 만났다. 이후 12월 중동 출장에서는 아랍에미리트(UAE)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자가 주최한 비공개 포럼해 참석해 주요 인사들과 네트워크를 다졌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