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메모리 가격 떨어져야…지금 가격은 비정상”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고공행진 중인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비정상'이라고 규정했다. 지나치게 높은 반도체 가격이 시장을 위축시키고 향후 지정학적 갈등까지도 야기할 수 있다는 문제 의식에서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용인·호남은 물론 미국까지 가능한 지역은 모두 검토해 공급 물량을 대폭 늘릴 것이라는 구상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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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주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 간담회에서 “메모리 가격은 떨어져야 된다”며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지금 가격은 비정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가격이 높게 형성되면 PC· 모바일도 계속 가격을 올려야 한다”며 “칩플레이션에 부딪히게 된다”고 덧붙였다. 현재의 높은 메모리 가격이 소비자 시장의 가격 상승으로 전이될 경우 수요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최 회장은 “마진이 좀 떨어진다 하더라도 마진율을 내려 공급을 늘리고, 시장을 보호하면서 키워나간다는 생각을 해야 대한민국의 반도체 산업도 계속해서 유지·발전할 수 있다”며 “눈앞에 있는 사과만 다 먹겠다고 이야기하는 건 전략이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아무리 빠르게 공급을 늘려도 폭발적인 수요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게 최 회장의 판단이다. 그는 “올해 수요보다 내년 수요가 최소 60~100% 더 쓰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지만, 내년에 공급량이 늘어나는 회사는 거의 없는 정도”라고 현재 상황을 진단했다. 아비규환이라는 말을 써야 할 정도로 반도체 공급 확보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메모리 공급을 늘릴 수 있다면 용인·호남은 물론 미국까지도 어디든 공장을 지어 생산물량을 늘리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의미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의 미국 투자 요구와 호남 반도체 공장 건설과 관련해서도 그는 마찬가지 시각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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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최 회장은 “무조건 전 세계에 지금처럼 할 수 있는 곳이 있으면 다 찾아서 보고에 올려놓고 과연 어디가 제일 좋고 어디가 제일 빨리할 수 있고 어디가 제일 크게 할 수 있는 건지 우선순위를 가려서 빨리 지어야 된다”며 “호남뿐만 아니라 미국에도 지어야 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의 메모리 공급 부족이 일부 해소되더라도 AI산업의 병목은 전력·에너지 등 다른 인프라로 계속 이동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 회장은 “에너지에 들어가는 전기 장비들은 이미 다 쇼티지(공급 부족) 상태로 다 넘어갔다”면서 “AI가 많아지면 데이터센터가 필요로 하는 전선, 전선을 만드는 소재들까지 동이 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데이터센터 건설은 대표적인 병목 사례다. 1~2년 단위로 개별 스펙이 빠르게 바뀌면서 전기는 물론 케이블, 변전소, 변압기 등까지 모든 에코시스템이 바뀌게 될 것이라는게 최 회장의 전망이다. 그는 “지금 메모리 외에도 에너지 속에서도 상당히 많은 미래의 문제가 계속해서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최근의 AI 인프라 투자 경쟁이 종국에는 토큰 생산비용을 낮추는 방향으로 흐르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AI를 실제 업무와 서비스의 생산성으로 전환하는 토큰 이코노미에 들어설 경우 자생적인 AI 산업 생태계가 들어서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 최 회장은 저성장 국면에 맞춰 국가 산업정책의 방향도 성장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과거 고성장 시대에 살았던 제도를 아직도 똑같이 갖고 있다”며 “이제는 저성장으로 들어왔는데도 성장하는 기업을 도와주는 제도는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장이 돼야 분배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여유가 나온다”고 말했다.

주 52시간제에 대해서는 산업과 지역의 여건을 고려한 탄력적 적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지방 메가특구에서 근로시간 규제를 유예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데 대해 “시행된다면 52시간 문제는 장소를 바꾸면 풀 수 있는 상황”이라며 “보호돼야 하는 차원과 자유적으로 할 수 있도록 만드는 두 가지가 잘 양립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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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최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 임기 이후에는 기업 경영에 집중할 계획이다. 그는 다른 경제단체를 이끌 의향을 묻는 질문에 “별 관심 없다”며 “내년 이후가 되면 제 목소리를 그렇게 많이 듣지는 못하실 것”이라고 답했다.


제주=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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