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계열사 내부 거래 의혹…14억 과징금·검찰 고발
대법 "특수관계인 귀속 이익 부당성 공정위가 증명해야"
법원 심리 중인 타 기업 사건 파장도 상당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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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총수 일가 일감 몰아주기 제재를 둘러싼 한진그룹과 법정 다툼에서 최종 패소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는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그룹 계열사에 물린 과징금을 취소하라는 원심 판결을 유지하고 공정위의 상고를 기각했다.

공정위는 2016년 11월 한진그룹이 계열사 간 내부 거래를 통해 총수 일가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했다며 대한항공과 싸이버스카이, 유니컨버스에 총 14억3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당시 대한항공 총괄부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 사건은 공정위가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을 금지하는 공정거래법 제23조의 2에 근거해 과징금을 부과한 첫 사례였다.

대한항공은 공정위 제재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며, 2017년 9월 서울고등법원 행정2부는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취소 소송에서 대한항공의 손을 들어줬다. 공정위는 이에 불복해 상고심을 제기했으며, 5년 만에 판결이 나온 것이다. 이보다 앞서 항소심은 공정위가 제재한 4개 행위 모두를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공정위는 대한항공이 직원에게 기내면세품 인터넷 광고 업무를 맡게 하고 광고 수익을 싸이버스카이에 몰아줬다고 지적했다. 싸이버스카이가 제동목장 상품을 판매한 대가로 받기로 한 판매수수료도 받지 않았고, 싸이버스카이로부터 판촉물을 구매하면서 구입 가격을 인상해 마진율을 높였다. 유니컨버스에는 시스템 사용료를 과다하게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보전했다고 봤다.

대법원도 원심 판결을 유지하면서 공정위는 법정 다툼에서 완패했다. 앞으로 '부당성' 입증 책임도 지게 됐다. 법조계에서는 총수 일가로의 일감 몰아주기를 제재하기 위한 '부당성'을 공정위가 증명해야 한다는 판례가 나온 점을 주목했다. 그동안 공정위는 사익편취를 제재할 때는 부당성 판단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었다.

대법원은 “공정거래법의 규정 내용과 입법 경위, 취지를 고려하면 특수관계인에 귀속된 이익이 부당한지에 대한 규범적 평가가 아울러 이뤄져야 한다”면서 “부당성이란 변칙적인 부의 이전을 통해 대기업집단의 특수관계인을 중심으로 경제력 집중이 유지·심화할 우려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특수관계인에 귀속된 이익의 부당하다는 점은 피고(공정위)가 증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은 일감 몰아주기 제재를 받은 후 법원 심리를 기다리는 다른 기업의 사건에 미칠 파장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사익편취 규정을 신설할 때 객관적 요건만으로 법 위반을 인정하려고 했는데 대법원은 부당성 판단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라면서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린 5년 동안 이뤄진 공정위의 제재에 대해 법정 다툼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