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에서 중하위권 경쟁이 불붙었다. SK하이닉스가 키파운드리를 인수, 세계 10위권 진입에 성공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중국 파운드리 업계도 대규모 설비 투자에 나섬에 따라 경계 대상으로 떠올랐다.
SK하이닉스가 키파운드리 인수를 완료하면 파운드리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IC와의 작년 매출 합계가 1조원을 훌쩍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DB하이텍 작년 매출(1조2147억원)에 육박, 삼성전자에 이은 국내 파운드리 2위의 자리다툼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SK하이닉스시스템IC와 키파운드리의 8인치 웨이퍼 기반 반도체 생산능력도 월 18만5000장으로 DB하이텍을 앞지르게 된다.
SK하이닉스시스템IC가 올해 중국 우시 공장을 가동하면서 매출 성장도 예상된다. SK하이닉스시스템IC의 작년 매출은 7000억원으로, 8인치 반도체 수요 급증에도 오히려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다. 청주 공장의 주요 설비를 우시 공장으로 이전하면서 생산량을 조정했기 때문이다. 이전 작업이 완료된 만큼 공장 정상 가동으로 시장점유율 확대에 나선다.
SK하이닉스는 키파운드리 인수를 위한 주요국의 승인 절차를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상반기 안, 늦어도 올해 안에 인수작업이 완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수가 끝나면 'SK하이닉스 파운드리(SK하이닉스시스템IC+키파운드리)'는 DB하이텍, 중국 넥스칩과 함께 세계 파운드리 10위 자리를 두고 한판 대결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DB하이텍이 10위를 꾸준히 차지했다. 그러나 작년 4분기에 한 차례 자리를 중국 넥스칩에 내줬다.
중국의 공격적인 투자도 경계 대상이다. 넥스칩뿐만 아니라 SMIC(5위), 화훙그룹(6위)은 대규모 설비 투자로 생산능력을 대폭 키우고 있다. SMIC는 작년 4분기 21억3000만달러(약 2조6000억원) 규모의 설비 투자를 단행했다. 전 분기 대비 97% 증가했다.
화훙그룹도 전 분기 대비 51% 증가한 3억8200만달러(4600억원)를 4분기에 투자했다. 반도체 장비업계 관계자는 “첨단 공정 전환이 사실상 불가능한 중국 파운드리 업체가 성숙 공정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면서 “반도체 장비 수입도 사상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반면 국내업체는 증설을 놓고 머뭇거리는 모양새다. 시장 수요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휴 공간에 반도체 장비를 도입하고 운영 효율화로 생산능력을 소폭 늘리고 있다. DB하이텍의 작년 설비 투자는 1152억원으로 역대 최대지만 중국 파운드리에 견주면 규모가 크지 않다.
9위인 타워세미컨덕터의 행보도 주목된다. 지난달 인텔은 타워를 인수, 8인치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인텔이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 가는 만큼 타워 생산능력 확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