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HBM4'를 향한 메모리 반도체 업계 쟁탈전이 시작됐다. 엔비디아가 HBM4를 탑재하는 AI 반도체 '베라 루빈' 양산에 돌입한 가운데 마이크론이 올해 HBM4 라인을 대규모 증설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비 생산능력이 뒤떨어졌던 마이크론이 반전을 노려 HBM4에서 지형 변화가 일어날 지 주목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올해 HBM4 생산능력을 웨이퍼 기준 월 1만5000장 규모로 갖출 계획이다. 마이크론의 HBM 총 생산능력은 증권가 추산 월 5만5000장. 1만5000장은 마이크론 전체 생산능력의 30%에 해당하는 양으로, 그 만큼 HBM4 출하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마이크론 사정에 밝은 업계 한 관계자는 “마이크론이 초기 물량서부터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생산능력을 확충하는 중”이라면서 “이미 설비 투자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HBM4는 하반기 출시 예정인 엔비디아 최신 AI 반도체 '베라 루빈'에 탑재되는 제품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CES 기조연설에서 베라 루빈을 전격 공개하며 “현재 완전 양산(Full Production)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베라 루빈에는 마이크론 외에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HBM4를 공급한다. 이들 메모리 3사는 엔비디아 납품이 확정적인 상태다. 평가를 진행하며 구체적인 공급 및 적용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베라 루빈에 HBM4를 탑재, AI 가속기를 만드는 것이다. HBM4 대량 양산 공급은 2월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목되는 건 마이크론 행보다. 지금까지 마이크론은 생산능력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대비 약점을 지닌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증설을 통해 HBM4에서 반전의 기회를 노려 파장에 관심이 쏠린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CEO는 지난달 17일(미 현지시간) 실적 발표회에서 “고객 수요에 맞춰 2분기부터 HBM4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라며 “HBM4 수율 증가는 HBM3E보다 더 빠를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론은 엔비디아 성능 평가가 끝난 후 2분기부터 대량 생산 체제 전환(램프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마이크론 약진은 연말 들어 더 가속화할 전망이다. 현재 건설 중인 신규 공장이 예정돼 있어서다.
첫번째는 올 연말 예정된 싱가포르 첨단 패키징 공장이다. HBM4 생산의 핵심인 패키징이 이곳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일본 히로미사 공장도 이르면 내년 하반기 가동한다. 마이크론은 히로시마 공장을 HBM4 등 차세대 제품의 전진 기지로 삼았다.
마이크론 행보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위협이다. 지금까지 마이크론의 약점으로 꼽혔던 생산능력 문제가 풀리기 때문이다. 생산능력이 커지면 SK하이닉스·삼성전자·마이크론의 본격적인 삼파전도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저전력 HBM 강점을 앞세운 마이크론이 이제 생산능력까지 확보하면서 한국 HBM을 위협하고 있다”며 “HBM4 12단에 이어 16단 제품까지 빠르게 기술력을 높이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