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반도체 업계, M&A 성장 전략 여전히 유효

SK하이닉스, 키파운드리 전격 인수
AMD, 자일링스 500억달러에 사들여
ADI 등 아날로그 반도체 M&A 활발

Photo Image

반도체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반도체 기업의 각축전이 한창이다. 인수합병(M&A)은 반도체 기업 역량을 키우는 대표 전략이다. 반도체 산업 특성에 맞춰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제조사는 생산 능력을 대폭 확대, 시장 선점 효과를 노린다. 반도체 팹리스와 종합반도체기업(IDM)은 신사업 진출로 성장 동력을 확보,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서고 있다.

◇급증하는 시장 수요…생산 능력 확대로 대응

반도체 시장은 '쩐의 전쟁'이라고 불릴 만큼 투자가 중요하다. 얼마나 많은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느냐는 단순히 공급 역량을 좌우하는 척도뿐 아니라 시장 가격 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생산 능력 확대는 반도체 제조사 중심으로 이뤄졌다. 대표 사례가 현재 인수 작업을 진행 중인 SK하이닉스와 키파운드리다.

SK하이닉스시스템IC를 통해 8인치 파운드리를 운용하는 SK하이닉스는 생산 능력을 두 배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해 5월 “현재 파운드리 대비 생산 능력을 두 배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M&A 가능성을 예고했다. 5개월 만에 5758억원에 8인치 파운드리인 키파운드리 인수를 전격 발표했다.

8인치 파운드리는 신규 장비 도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대규모 증설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전력 반도체와 차량용 반도체 등 급증하는 8인치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기에는 M&A가 가장 적합한 판단이었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가 키파운드리 인수를 완료하면 세계 파운드리 시장 10위권 안에 진입하게 된다. 현재 주요국 승인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해부터 M&A를 추진하는 웨스턴디지털(WD)과 키옥시아도 생산 능력을 확대하기 위한 기업 결합 대표 사례다. 독과점 규제로 양사 간 M&A는 난항을 겪고 있다. M&A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지만 낸드 메모리 시장 점유율 2위와 3위 간 합병으로 업계 이목을 모으고 있다. 키옥시아 낸드 시장 점유율은 18.4%, WD는 14.2% 수준이다. 양사 합계 점유율은 32.6%로 1위인 삼성전자(33.4%) 턱밑까지 추격하게 된다.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메모리 시장에서 영향력 확대 가능성이 매우 높다. 메모리 업계가 WD와 키옥시아 M&A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배경이다.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미래 먹거리 창출

기존에 없던 사업 영역을 공략하기 위한 M&A 시도도 한창이다. 부족한 제품 역량을 확보하고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려는 전략이다. 최근 AMD가 자일링스를 인수한 게 대표 사례다. AMD는 자일링스를 500억달러(약 59조8500억원)에 인수했다. 엔비디아와 ARM 인수가 무산되면서 최근 전개된 반도체 업계 최대 '빅딜'이 됐다.

AMD는 1350억달러에 달하는 고성능컴퓨팅(HPC)과 클라우드, 에지 컴퓨팅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자일링스를 인수했다. 자일링스의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 역량을 흡수해 제품 다각화를 시도한다. 리사 수 AMD CEO는 “자일링스 인수는 AMD가 다양한 제품군과 차별화한 반도체 설계자산(IP), 선도 기술력으로 HPC와 어댑티브 시스템온칩(SoC) 업계 리더십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M&A 전략은 아날로그 반도체 업계가 많이 구사했다. 아날로그 반도체 회사는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기업별 주력 제품 라인이 상이하다. 제품군을 보완 신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M&A가 활발했다. 지난해 아나로그디바이스(ADI)가 맥심 인터그레이티드를, 르네사스가 셀레노를 인수한 것을 손꼽을 수 있다. 세계 2위 아날로그 반도체인 ADI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차량용 반도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맥심을 인수했다. 아날로그 반도체 시장 1위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를 맹추격하기 위해서다. 르네사스는 3억1500만달러에 이스라엘 와이파이 반도체 업체 셀레노를 사들였다. 취약했던 통신(연결) 분야 역량을 강화, 성장 잠재력이 높은 사물인터넷(IoT)와 커넥티드카 시장 공략에 시동을 걸었다.

생산능력 확대와 신사업 진출을 동시에 노리는 M&A도 주목된다.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가 대표 사례다. SK하이닉스는 낸드에 역량을 갖췄지만 기업용은 상대적으로 취약했다. 이에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해 기업용 SSD에 강한 인텔 낸드 사업부를 인수했다. 동시에 생산 인프라도 확보하면서 생산 능력을 키울 수 있게 됐다. 인텔이 인수 계획을 공식화한 타워도 마찬가지다. 인텔은 현재 파운드리 투자에 공격적이다. 그러나 첨단 공정 중심이고 단기적인 8인치 반도체 생산 능력을 떨어진다. 8인치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생산능력을 키우기 위한 수단으로 타워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승인 장벽에도 여전한 성장 전략으로 주목

현재 반도체 업체 간 '빅딜'은 국가 간 규제 당국 승인 문제로 한풀 꺾이는 모양새다. 그러나 독과점 문제가 발목 잡지 않는 선에서 지속적인 M&A 시도가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반도체 사상 최대 실적을 이룬 주요 기업은 막강한 자본금을 확보한 상태다. M&A를 추진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M&A를 통해 미래 시장을 준비하는 반도체 업계 생존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

<지난해 반도체 업계 주요 성공 사례>

자료=업계 종합

[스페셜리포트]반도체 업계, M&A 성장 전략 여전히 유효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