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는 얼마 전 트위터에서 테슬라가 차량용 앱스토어 'T-스토어'의 출시를 준비 중이라는 소문에 주목했다. 누군가가 상상력을 발휘해서 만든 T-스토어 콘셉트 디자인도 화제다.
테슬라의 앱스토어 출시 루머가 사실이면 의미 있는 새로운 수익원이 될 공산이 크다. 이보다 앞서 애플 앱스토어 등장 이후 모바일 시대가 열렸고, 현재 애플과 구글의 주요 수익원이 모바일 앱 회사로부터 받는 앱스토어 수수료인 것처럼 말이다.
업계에서는 테슬라 앱스토어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T-스토어가 출시되면 테슬라가 얼마나 많은 추가 매출을 올릴지 관심사다. 이미 지난해 전체 매출의 6%를 소프트웨어(SW)를 통해 달성했기에 관심이 크다. 테슬라가 준비한다는 차량용 앱스토어와 스마트폰 앱스토어는 무엇이 유사하고 무엇이 다를지 궁금해진다. 이미 스마트폰에서 잘 만들어진 수많은 앱을 차에서 그대로 사용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앞선다.
테슬라가 판매하는 SW 서비스를 분석해서 차량용 앱스토어에 어떤 앱이 올라올지 추정해 보자. 테슬라가 판매하는 차량용 SW는 세 가지 분류로 나뉜다. 첫째 앞차와의 간격을 자동으로 유지하며 운전하는 기본 기능인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이외에 차로 변경, 내비게이션 자율주행, 자동주차, 차량호출 등 추가 기능은 3000~8000달러에 구매해야 이용이 가능하다. 자동차 출시 이후 무선 SW 업데이트를 통한 추가 매출을 만든 것이다. 둘째 자동차 하이빔 자동조정 기능, 배터리 관리 등 자동차 세부 기능과 관련된 차량 SW다. 마지막은 넷플릭스, 유튜브, 스포티파이, 가라오케 등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SW다. 특히 최근 중국에서 선보인 차량용 가라오케는 출시 1시간 만에 완판되는 등 큰 성공을 거뒀다.
이처럼 차량용 앱은 스마트폰 앱과 차이가 있다. 사용자 경험(UX) 관점에서 다임러 벤츠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다임러 벤츠는 주차장 결제 앱 이지파크와 협업했다. 운전자가 주차하면 주차 의사를 묻는 팝업이 자동으로 표시되고, 간편결제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결제가 완료되는 방식이다.
차량용 앱스토어 시장은 완성차 제조사, 자동차 부품사, 차량용 앱 서비스 업체에 새로운 기회다. 우리는 이보다 앞서 스마트폰 등장 이후 '카카오톡' '배달의 민족' '쿠팡' 등 스마트폰 앱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는 '앱 만능주의' 시대가 열린 것을 알고 있다. 앱 하나하나가 1개 회사가 된다. 많은 스타트업과 플랫폼 회사가 앱스토어를 통해 천문학적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제 막 준비하고 있는 차량용 앱스토어 시장도 새로운 스타트업, 플랫폼 회사를 기다리고 있다. 강력해진 하드웨어 사양(CPU·메모리), 체계화된 차량용 운용체계(OS), 무선 SW 업데이트(OTA) 기능을 갖춘 자동차를 겨냥한 서비스 업체가 시장 선점 경쟁을 시작할 전망이다. 차량용 앱스토어는 테슬라뿐만 아니라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 BMW, 다임러벤츠, 스텔란티스, 볼보 등 모든 완성차 제조사의 관심사다. 신규 매출 성장 잠재력, 신규 서비스 추가, UX 편의성 증대 때문이다.
완성차 업체뿐만 아니라 하만 '이그나이트', 비스티온 '올고스토어', 포레시아 '앱타이드' 등 세계 각국의 자동차 전장업체도 차량용 앱스토어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테슬라 SW 서비스 사례에서 봤듯이 자율주행부터 차량 세부 기능, 인포테인먼트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사업 기회가 열려 있다. 이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에서 경험했듯이 기존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거대한 신사업기회가 열릴 것으로 예측된다.
차량용 앱스토어라도 구성 요소는 스마트폰 앱스토어와 같다. 앱개발도구(SDK), 개발자 생태계, 앱스토어를 갖춰야 한다. SDK는 자동차가 없어도 개발자가 개인용 컴퓨터(PC)에서 차량 데이터를 활용한 앱을 개발하고 간단히 검증할 수 있도록 돕고, 앱스토어는 개발한 앱을 올리고 배포하는 데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개발자 생태계 구축이다. 애플도 아이폰을 출시하고 2년 후에야 앱스토어를 출시했다. 다양한 앱을 개발할 초기의 개발자 생태계 구축에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OS 개발에 성공했으나 개발자 생태계를 구축하지 못한 삼성전자 사례도 있다. 많은 개발자가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앱을 개발할 기술 지원과 동기 부여가 시작점이다. 자동차에만 있는 개발 규격과 사양, 안전사양, 높은 품질 수준, 양산 검증 절차에 대한 개발자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실차 검증과 양산 시행 착오를 거치면서 양산성이 확보된 차량용 앱서비스 개발자풀과 업체를 집중 육성해야 한다.
완성차 업체는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전장업체는 제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SW 업체는 새롭게 열리는 자동차 서비스 SW 시장 선점을 위해 모두에게 중요한 시기다. 간혹 이미 발생한 사실을 알리는 뉴스보다 소문이 고마울 때가 있다. 뉴스가 나오면 이미 늦었지만 루머가 나돌아다닌다는 건 다른 의미로 아직 준비할 시간이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테슬라 차량용 앱스토어 출시 준비 중'이라는 루머도 마찬가지다. 이제라도 빠르게 준비하자.
황도연 오비고 대표 david.hwang@obigo.com
<필자소개> 황도연 오비고 대표는 정보기술(IT), 자동차 SW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았다. 관련 분야의 기술 연구개발 성과를 인정받아 2018년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을 받았다. 같은 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표창도 받았다.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을 지냈고,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한국판뉴딜 국정자문단 자문위원 등 산업 발전을 위한 활동을 다양하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