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미국과 프랑스에서 '과학을 위해 일어서자(Stand Up for Science)' 시위가 벌어졌다. 이 시위는 과학적 자유와 과학적 증거에 기반한 정책 수립을 요구하며, 정치적 이해관계로 인해 과학이 억압되거나 무시되는 현실에 대한 반발에서 시작됐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과학자들과 시민들이 정부의 과학 예산 삭감과 연구 환경 악화에 반대하며 거리로 나섰다. 특히, 프랑스 정부의 연구 예산 감축과 과학자들의 고용 불안정이 주요 쟁점이었다. 시위대는 '과학은 정치적 도구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강조하며, 과학 연구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또, 기후 변화와 같은 글로벌 문제 해결을 위해 과학적 연구가 더욱 중요해졌음을 강조하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했다.
과학은 인간이 발전해 나가기 위한 기초다. 질병을 치료하고, 인간을 달에 보내고, 우주의 비밀을 풀어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러한 거대한 업적에도, 과학은 권력자의 변덕에 면역이 되어있지않다. 역사를 통해 지도자와 정부들은 과학적 발견이 자신들의 의제와 충돌할 때 이를 조작하거나 억압하거나 무시하려고 해왔다. 과학과 권력 사이의 이러한 긴장은 새로운 현상은 아니지만, 특히 미국 트럼프 행정부 기간에는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여기서 우리가 배울 교훈은 분명하다. 과학은 권력자들이 원하는 답을 항상 주지 않으며, 그럴 때 우리 모두가 과학을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과학은 정치적 도구가 아니다. 과학은 자연 세계에 대한 진실을 밝히기 위한 방법론이다. 그러나 과학적 발견이 권력자의 이해관계와 충돌할 때는 무시되거나 왜곡되곤 한다. 기후 변화가 대표적인 예다. 과학적 합의는 인간 활동, 특히 화석 연료 사용이 지구 온난화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파리 기후협정 탈퇴와 환경 규제 철폐로 전 세계적 위기 대응을 훼손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위기 상황에서 과학을 무시하는 위험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은 허위 정보, 일관성 없는 메시지, 그리고 공중보건 전문가들의 조언을 무시하는 것으로 특징지어졌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국립보건원(NIH)과 같은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과학 기관들은 정치적으로 임명된 관리들에 의해 무시되거나 반박당했다.
가장 심각한 사례 중 하나는 과학적 증거가 부족한 히드록시클로로퀸과 같은 치료법을 행정부가 적극적으로 홍보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러스의 심각성을 반복적으로 축소했고,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공중보건 조치를 지지하는 것을 꺼렸다. 그 결과, 각 주정부가 스스로 대응해야 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발생했고,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은 국가 중 하나가 되었다.
과학자를 침묵시키는 것은 단순히 과학에 대한 공격이 아니다. 이는 민주주의 자체에 대한 공격이다. 과학은 증거에 기반한 정책 결정의 기초를 제공하며, 이념이 아닌 증거를 바탕으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한다. 과학이 억압되거나 조작될 때, 대중은 지도자를 책임지고 정보에 기반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정보를 박탈당한다고 할 수 있다.
과학 기관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정치적 간섭으로부터 보호하며, 그들의 성과들이 이념이 아닌 증거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이는 과학자들을 검열과 보복으로부터 보호하고, 정책 결정 과정에서 투명성을 증진하는 것을 포함한다. 과학 교육과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새로운 헌신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대중이 과학과 그 중요성을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
또, 중요한 것은 과학을 존중하고, 전문가의 조언을 듣고, 그들의 발견이 불편하거나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을 때에도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된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과학은 권력자의 이해관계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과학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존재한다. 기후 변화부터 글로벌 팬데믹까지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한 지금, 우리는 과학이 적이 아니라 우리의 가장 큰 동맹자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러나 과학을 지지하는 것은 단순히 기관을 방어하거나 정책을 옹호하는 것에 관한 것이 아니다. 이는 증거, 비판적 사고, 지적 겸손을 중시하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다. 과학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고의 도구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과학이 당파적인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노력이라는 개념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한국 역시 과학과 정책의 관계에서 비슷한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을 존중하고 증거에 기반한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학은 권력자들이 원하는 답을 항상 주지는 않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답은 항상 준다. 우리는 이를 듣고, 과학을 지지하며, 우리의 지도자들이 동일한 태도를 취하도록 요구할 책임이 있다. 기후 변화부터 기후기술과 신기술까지 점점 더 복잡한 도전으로 형성되는 세상에서 과학은 사치품이 아닌 필수품이다. 과학은 우리가 미래를 구축하는 기반이며, 이는 싸울 가치가 있는 미래다.
그러므로 '과학을 위해 일어서자(Stand Up for Science)'는 정치적 선언이 아니라 진실 그리고 공공의 선에 대한 헌신으로서 메시지다. 과학이 단순히 사실의 모음이 아니라 사고의 방식, 질문의 방식, 더 나은 세상을 추구하는 방식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한다. 결국, 과학을 지지하는 것은 우리 자신을, 우리의 지구를, 그리고 다가올 세대를 지지하는 것이다.
김준범 유럽환경에너지협회장·프랑스 트루아공대 환경정보기술학과 교수 junbeum.kim@gmail.com
〈필자〉프랑스 3대 공과대학 중 하나인 트루아공대 환경정보기술학과 교수로 2012년부터 재임 중이다. 1976년 설립된 프랑스한인과학기술협회(ASCOF) 제27대 회장과 유럽환경에너지협회(EEEA) 회장직도 맡고 있다. EEEA는 유럽에서 환경·에너지 분야 기업, 연구소, 학교에서 근무·연구하고 있는 연구자들의 모임이다. 김 회장은 EEEA 수장으로써 최근 유럽과 한국의 중소기업 간 가교 역할과 과제 발굴, 기술 향상에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