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 로봇 없는 제조업,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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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하 LS티라유텍 대표이사

최근 국내 일부 대기업 노동조합이 휴머노이드 로봇 및 인공지능(AI) 기반 자동화 시스템 도입 시 '노조 동의 의무화'를 공식 요구하고 나섰다. 이는 로봇 기술이 먼 미래의 담론을 넘어 우리 곁의 실질적인 '노동 대체 수단'으로 부상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특히 인간의 미세한 근육 움직임까지 모사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급격한 진화는 현장 노동자들에게 단순한 기술 도입 이상의 고용 불안이라는 실존적 위기감을 안겨주고 있다.

노동계가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실제 글로벌 제조 현장의 변화가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주요 제조 강국들은 AI와 하드웨어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피지컬 AI'를 중심으로 생산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다. 테슬라를 비롯한 글로벌 선도 기업들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엔드 투 엔드(End-to-End) 공정에 투입하기 위한 실증(PoC) 단계에 진입했으며, 일본과 독일 등은 자율이동로봇(AMR)과 협동 로봇의 상호운용성을 확보해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생산성 저하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고 있다. 이제 로봇은 단순한 생산성 제고 수단을 넘어, 노동력 부족 시대에 생산 기반 자체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 사회적 인프라(Critical Infrastructure)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내 제조업의 현실은 더욱 절박하다. 급격한 인구 구조 변화와 청년층의 제조업 기피로 인력난은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다. 중소 제조기업들은 가동률 저하와 납기 지연이라는 생존 위협에 직면해 있으며, 현장에서는 “로봇이 일자리를 뺏는 것이 아니라, 로봇 없이는 공장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호소가 터져 나온다. 결국 현시점의 본질적인 질문은 '로봇이 사람을 대체할 것인가'가 아니라, '로봇 없는 제조업의 미래는 지속 가능한가'다.

따라서 향후 정부 정책은 단순히 로봇의 보급과 확산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노동계의 정당한 위기감을 해소할 수 있는 포용적인 전환 지원 전략으로 고도화돼야 한다. 노동계가 강조하는 절차적 정당성의 취지를 살려, 로봇 도입 과정에서 현장 근로자와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사회적 대화 체계를 정비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이는 단순히 기술 도입의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갈등으로 인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고 기술 전환의 연착륙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 로봇 도입이 단순한 인력 감축 수단에 머물지 않고, 인적 자원의 고도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다각적인 지원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예를 들어, 기존 근로자들이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반의 공정 시뮬레이션이나 로봇 운영 최적화와 같은 고부가가치 직무로 원활히 전환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재교육(Reskilling) 기회를 넓히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로봇은 고위험·고강도 작업을 전담하고 인간은 시스템을 설계하고 관리하는 '증강된 근로자(Augmented Worker)'로 진화함으로써, 사람과 로봇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생태계를 지향점으로 삼아야 한다.

앞으로의 공장은 소수의 숙련 인력과 다수의 AI 로봇이 함께 일하는 지능형 협업 공간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제조 경쟁력의 기준 역시 더 이상 저임금 노동력이 아니라, 얼마나 빠르게 AI와 로봇을 생산 현장에 융합하는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우리 제조업이 글로벌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기술적 리더십뿐만 아니라 '인간 중심의 기술 운용'이라는 윤리적 리더십이 함께 요구된다.

결론적으로 로봇은 노동자를 축출하는 존재가 아니라, 붕괴해가는 우리 제조업의 근간을 지탱하고 노동의 가치를 새롭게 정의하는 파트너가 되어야만 한다. 이에 정부는 노사 간 신뢰를 기반으로 기술 혁신이 안정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산업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또, 로봇의 도입이 단순한 인력 대체가 아니라 산업 경쟁력 강화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금은 기술 만능주의에 함몰되기보다 사람 중심의 제조 생태계를 정교하게 설계해, 로봇 도입이 제조업 경쟁력 회복과 노동 환경의 혁신적 개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도록 정부·기업·노동계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김정하 LS티라유텍 대표이사 jason@thirarobotic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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