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은의 정책과 혁신] 〈41〉응급실 뺑뺑이 해법:전문의 체계와 응급의료의 재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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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은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전 서울기술연구원장

응급실 뺑뺑이로 인한 사망 사고가 또 발생했다. 이번에는 산부인과 진료 영역과 관련된 사건이라는 점만 다를 뿐, 발생 형태와 진행 과정, 그리고 이후의 해명까지 기존 사례들과 매우 닮아 있다. 보건복지부는 그동안 응급실 대책을 여러 차례 내놓았으나, 반복되는 사고에도 구조적 문제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면 사실상 '정부 실패'로 진단하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행정과 정부의 존재이유중 핵심 가치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인 만큼, 세 가지 방향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첫째, 응급의료에 대한 면책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의료계와 정부는 의료소송 전반을 포괄적으로 다루었지만, 응급의료의 특수성을 반영한 접근은 부족했다. 응급의료법 제5조의2에는 이미 이른바 '선한 사마리아인법' 이라는 보호 장치가 존재한다. 선의의 응급의료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나 사상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책임을 감면하는 제도다. 문제는 그 범위가 '응급의료종사자'로 한정된다는 점이다. 응급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한 '배후 진료과' 의료진도 민·형사상 책임 부담에서 일정 부분 보호받을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최소한 책임 문제와 소송 부담 때문에 응급환자 진료를 기피하거나 거부하는 상황은 줄여야 한다.

둘째, 전문의 체계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 또는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전문의 및 세부전문의 구조, 특히 대학병원의 분담 체계는 지나치게 세분화돼 있다. 응급실 뺑뺑이가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가 '담당 전문의가 없다'는 것인데, 실제로는 '세부 전문의'가 없는 것이다. 실제로 일반의가 피부미용 분야로 개원하거나 성형 시술까지 담당하는 현실과도 일부 모순된다.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면허를 취득하면 원칙적으로 모든 진료과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전문의 제도는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지, 다른 분야 특히 세부 전문이 다르다는 이유로 응급 진료를 배제하거나 거부하기 위한 제도로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

셋째, 응급의학과의 역할과 권한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현재 응급의학과는 심폐소생술이나 초기 처치 중심으로 기능이 제한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응급의학과가 병원 전체 배후 진료를 지원 내지 조정하는 역할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다룰 수 있는 진료 범위를 보다 확대하고, 일정 영역에서는 직접적인 판단과 처치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응급의료를 단순한 '환자 분류' 수준이 아니라, 실질적 치료의 출발점으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응급실 뺑뺑이는 단순한 의료 현장의 실수가 아니다. 지나치게 세분화된 전문의 구조, 방어적 의료 환경, 행정과 의료체계 간의 단절이 복합적으로 만들어낸 구조적 문제다. 반복되는 사망 사고에도 같은 문제가 계속된다면, 그것은 더 이상 개별 사건이 아니라 시스템의 실패라고 봐야 한다. 이 문제에 대한 하나의 방향성은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속 돌담병원이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외과의사가 초음파를 직접 다루고, 작은 지역병원이지만 응급 중심으로 의료 시스템을 특화해 운영하는 방식이다. 현실과 드라마는 다르지만, 최소한 응급 상황에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범용적 진료 역량을 갖춘 의료체계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임성은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전 서울기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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