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글로벌 AI 허브' 한국 유치에 부쳐

Photo Image

인공지능(AI) 3대 강국을 목표로 하는 우리나라에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기후위기, 식량, 난민 등 인류의 난제를 AI로 해결하기 위한 '글로벌 AI 허브' 한국 유치에 국제노동기구(ILO), 세계보건기구(WHO), 유엔난민기구(UNHCR) 등 9개 주요 국제기구가 뜻을 모은 것이다. 범지구적 AI 협력과 연대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 국제기구 차원에서 힘을 얻고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 AI 허브는 단순한 협력 거점이 아니다. 개발도상국의 AI 도입 지원, 기술 표준 협력은 물론 국경과 기관을 넘는 공동 프로젝트의 기반을 마련하는 역할을 맡는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내년 한국에 글로벌 AI 허브가 들어서고, 인재와 예산, 프로젝트가 한국을 중심으로 모인다. 그동안 AI 3대 강국이라는 표현이 주로 인프라와 기술 역량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번 유치는 한국이 세계 AI 논의의 중심 무대로 확장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는 우연한 '깜짝 이벤트'가 아니다. 지난해부터 정부와 국회가 주요 국제기구와 각국을 상대로 꾸준히 쌓아온 신뢰의 결실이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거대 AI 강국 사이에서도 위축되지 않고 독자 노선을 유지하는 한편, 자체 기술력 확보와 글로벌 기업·국가와의 연대를 병행한 '따로 또 같이' 전략이 주효했다. 그 결과 동맹과 지지 기반이 넓어졌고, 현재로서는 우리나라 외에 유력한 유치 경쟁국이 보이지 않는다.

이제 유치의 기쁨을 넘어 책임의 무게를 자각해야 할 때다.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AI 허브의 중심이 된다는 것은 공간을 제공하는 수준이 아니라 기술, 정책, 자금이 함께 움직이는 복합 생태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뜻이다. 각국 정부, 국제기구, 글로벌 기업이 동시에 참여하는 구조에서는 한국이 주도권을 가진 참여자이자 안정적인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 유치국의 위상에 걸맞은 책임과 실행력이 요구되는 이유다.

정부도 이 같은 역할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21일 김민석 국무총리는 관계 부처와 함께 ILO, WHO, 유엔개발계획(UNDP) 등 9개 국제기구,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5개 다자개발은행과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글로벌 AI 허브 협력과 연계 체계 구축을 위한 연대 의지를 밝혔다.

같은 날 전자신문은 국내 공공·민간 영역의 AI 최고책임자(CAIO) 네트워크인 'CAIO 포럼'을 출범시켰다. 발족식 특별강연자로 참석한 차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글로벌 AI 허브 유치를 기획·총괄한 인물로, 주요 국제기구와의 공동성명 발표 소식을 전하며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강조했다. 아울러 포럼 창립 멤버들에게는 각자의 현장에서 더 큰 책임감으로 AI를 이끌어 달라고 당부했다.

한국의 강점은 빠른 실행력이다. 그러나 속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글로벌 AI 허브와 CAIO 포럼은 바로 그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장치다. 허브를 통해 세계적 난제를 해결할 중장기 과제를 발굴하고, 포럼을 통해 정책과 거버넌스, 제도적 빈틈을 메워 나간다면 한국은 내실을 갖춘 진정한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김지선 기자 river@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