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 신물성 발견, 핵융합 연구 등 미래 에너지 연구 기여 기대
광주과학기술원(GIST·총장 김기선)은 조병익 물리·광과학과 교수팀이 금속이 녹아 고체에서 액체로 변화하는 순간을 실시간으로 관측하는데 성공했다고 11일 밝혔다.
조 교수팀은 엑스(X)선 자유전자레이저에서 방출되는 펨토초(1000조분의 1초) 엑스선 펄스를 이용, 녹는 순간의 전자구조 변화에 대한 엑스선 분광 신호를 포착했다. 강력한 레이저에 의해 원자간 결합이 변화하며 금속이 녹는 10조분의 1초의 순간을 관측한 것이다. 이는 극한의 시·공간 영역에서 물질 신물성을 발견하고 핵융합 연구 등 미래 에너지 연구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력한 레이저에 의해 초고온으로 가열된 물질, 특히 금·은·구리와 같은 귀금속류가 액체로 변화할 때 순간적으로 원자간 결합이 강화돼 더욱 단단한 상태를 거쳐 액체로 상전이 될 수도 있다는 이론은 10여년 전 해외 연구진에 의해 보고됐다. 이러한 현상을 직접 관측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 X선 측정기법의 시간분해능이 약 10피코초(1000억분의 1초) 수준에 머물러 원자결합 변화가 일어나는 1피코초 미만의 시간영역을 측정하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기존의 시간 한계를 넘기 위해 엑스선 자유전자레이저에서 방출되는 펨토초 엑스선 펄스를 이용한 초고속 엑스선 분광법을 사용했다. 강력한 레이저를 이용해 1만도 이상 초고온으로 구리를 가열했다. 이 과정에서 원자간 결합에 관여하는 전자 중 약 10% 정도가 들뜬상태로 진입하지만 남은 전자는 원자핵의 강력한 인력에 더 많이 노출돼 더욱 단단히 결속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초고속 엑스선 분광법을 이용해 처음으로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결합이 더욱 강화된 초고온의 단단한 구리는 수백 펨토초에 걸쳐 유지되다가 이후 서서히 약해진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는 가열된 물질이 녹을 때 원자간 결합이 바로 약화되어 액체로 변화할 것이라는 기존의 통념에 반하는 결과이다.
실제로 레이저 핵융합, 지구 내부 등 극한의 온도, 압력 환경에서는 기존에 알려진 것과는 다른 특이물성들이 많이 나타난다. 강력한 레이저에 의해 가열된 초고온 물질에 대한 초고속 엑스선 연구를 통해 1만도 이상의 초고온 물질이 순간적이나마 더욱 단단해 질수도 있다는 점은 극한의 특이 물성을 이해할 수 있는 열쇠를 제공한다.
조병익 교수는 “펨토초 X선 분광법을 이용하면 초고속 영역에서 원자 결합을 관찰하는 것 외에도 극한의 시·공간 영역에서 다양한 특이현상을 관측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연구과정에서 축적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핵융합 에너지 연구 등 세계 과학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팀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사업, 선도연구센터사업(SRC) 및 기초과학연구원(IBS) 초강력레이저과학연구단(지스트 캠퍼스 연구단)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물리학 분야 최고 권위의 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 온라인에 게재됐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