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도체 수출과 생태계 혁신

지난달 역대급 수출 기록이 쏟아졌다. 5월 수출액은 507억3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6% 증가했다. 증가율은 1988년 8월 이후 32년 만의 최대 폭이다. 또 전달에 이어 2개월 연속 40% 이상 수출이 늘어난 것도 사상 처음이다.

이 같은 수출 호조는 세계 교역의 뚜렷한 회복세와 함께 우리 수출 주력 품목의 고른 활약에 힘입었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기저효과를 뛰어넘는 실적이라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우리 수출의 지속 성장을 위한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반갑다.

무엇보다 반도체 수출이 주목할 만하다. 반도체 수출액은 11개월 연속 증가하며 2018년 11월 초호황기 이후 3년 만에 월 수출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전체 수출의 20%를 반도체 한 품목으로 달성한 셈이다.

노트북과 서버 등의 수요 증가로 메모리 가격은 지속 상승하고 있다. 이 같은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반도체 장비 수입이 2017~2018년 초호황기를 넘어서는 수준이고, 이는 반도체 수출을 약 6개월 선행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실화 가능성이 짙다.

이제 반도체 수출 호조를 산업 생태계 혁신과 고도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최근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은 반도체를 전략 산업으로 삼아 과감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의 차세대 기술 경쟁도 더욱 치열해진다.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시장도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 같은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반도체 산업 주도권이 결정될 것이다.

그러나 국내 반도체 생태계는 고질적인 인력난과 팹리스 및 파운드리 생태계 미비 등 문제가 여전하다. 정부의 K-반도체 벨트 전략을 실천하는 것과 함께 국가 전략산업인 반도체 생태계 혁신을 위한 특별법 논의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순풍에만 기대고 노를 젓지 않는 배는 가라앉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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