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그나칩반도체 주인이 중국 기업으로 바뀐다. 1조6000억원 규모의 빅딜이다. 미국 뉴욕거래소에 상장된 매그나칩은 26일(현지시간) 본사 주식 전량을 중국계 사모펀드 '와이즈로드캐피털'로 매각하기로 계약했다고 공시했다. 와이즈로드는 주당 29달러에 주식을 공개매수한 뒤 상장 폐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준 매그나칩 최고경영자(CEO)는 “주주와 고객, 직원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성장전략을 가속하는 기회”라고 말했다. 매그나칩은 지난해 SK하이닉스와 국내 사모펀드에 파운드리 사업부를 4억3500만달러에 매각한 후 디스플레이와 전력반도체 분야에 주력해 왔다.
매그나칩은 2004년 옛 하이닉스(SK하이닉스)에서 분사된 뒤 미국계 애비뉴캐피털에 인수됐으며, 2011년에 뉴욕증시에서 거래가 시작됐다. 중국계 펀드로 넘어가지만 당장은 변화가 없어 보인다. 매그나칩 임직원은 그대로 유지된다. 서울과 청주에서 운영하는 사무소·연구소, 구미 생산시설 등도 동일하게 운영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매각은 주주 인수와 규제 승인 등 절차를 거쳐 올해 하반기까지 마무리될 예정이다. 와이즈로드는 2016년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 NXP 스탠더드 사업을 3조2000억원에 인수한 중국계 사모펀드다. 오래전부터 반도체 인수합병(M&A)에 깊숙이 개입해 왔다.
기업끼리 이뤄지는 M&A를 통제할 방법은 없다. 문제는 매그나칩이 가진 기술이다. 매각에 따른 파장은 감안해야 한다. 매그나칩은 생산 제품 수만 2000여개, 고객은 세계 350여 곳이다. 보유한 기술특허는 3000건이 넘는다. 특히 디스플레이구동칩(DDI) 분야에서 삼성에 이어 세계 2위다. DDI 기술난도가 떨어진다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매력적일 수 있다. 자칫 유출 위험성이 크다. 중국은 이미 반도체 기술과 관련해 국내 업체의 턱밑까지 추격한 상황이다. 매그나칩 해명에도 중국 자본으로의 매각을 걱정해서 청와대 게시판에 “매각을 막아 달라”는 청원까지 올라온 상태다. 국가에서 보호하는 핵심 기술과 관련한 유출 우려가 없는지 정부는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버스 떠난 뒤에 손을 흔들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