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매는 성사됐다. 신랑도 있고 신부도 있다. 그런데 혼수가 없다. 결혼식은 열리지 않는다. 아무리 훌륭한 중매인, 정교한 매칭 알고리즘이 있어도 혼수가 빠지면 결혼은 성사되지 못한다.
지난 해 12월 중소벤처기업부가 예고한 인수합병(M&A) 특별법은 분명 의미 있는 전진이다. 후계자 없는 중소기업이 67만개 이르는 엄중한 현실을 마주하고, 특별법 제정, 비용 보존, M&A 친화적 환경조성 등의 설계도를 그렸다. 박수 받을 만하다. 그러나 알맹이가 빠졌다. 혼수가 없는 것이다.
M&A 대금은 통상 자기자본과 타인자본으로 구성하며, 외부자본은 담보로 만들어진다. 상장사의 주식은 그 자체로 담보가 된다. 시장가격이 실시간으로 검증되고, 즉시 팔아 회수할 수 있으니 상장사 인수시 금융기관은 기꺼이 돈을 빌려준다. 비상장기업의 주식은 다르다. 공인된 시장가격이 없고 그 누구도 가치를 보증해주지 않는다. 매물은 넘쳐나고, 사려는 사람도 있는데 정작 돈이 없다.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막대한 예산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인수자의 도덕적 해이를 부른다. 부연하면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순간, M&A를 규율하는 가장 강력한 원칙인 '리스크 자기부담(Skin in the Game)' 의 원칙이 무너진다. 손실을 내가 아닌 타인이 감당할 때 기업은 더 무모한 선택을 할 것이고 이는 납세자에 대한 재정적 배임에 가깝다.
LBO(Leveraged Buyout)는 인수 대상기업의 자산과 미래 현금흐름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두 기업이 하나의 공동체로 재편되기 때문이다. 인수가 완료되는 순간, 자산이 합산되고, 현금흐름이 통합되며, 신용이 하나로 묶인다. 회계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법적으로도 하나의 경제적 공동체가 탄생하는 것이며, LBO는 미래 신용을 선구조화시키는 레버리징 기법이다. 그럼에도 한국은 LBO를 형사처벌(배임)로 다스리는 유일한 국가다.
M&A가 가장 활발한 미국은 PE 딜 중 LBO가 차지하는 비중이 25%에 이른다. 한국에서는 잠재적 범죄가 미국에서는 시장의 핵심 엔진으로 작동한다. 유럽은 LBO를 산업으로 키운다. 영국은 2006년 비상장기업의 재무적 지원금지 조항을 아예 폐지했다. 독일은 56만개 중소기업 승계 위기를 LBO를 통해 돌파하고 있고, 프랑스에는 'LBO 프랑스'라는 이름의 PE 펀드가 버젓이 존재한다. 일본 역시 일본정책투자은행(DBJ)을 통해 LBO·MBO 전용 금융상품을 공식 운용하고 있다.
총을 닦고, 조준경을 달고, 열심히 사격훈련을 마쳐도 탄창이 비워 있으면 공염불이다. 대한민국 중소기업 M&A 활성화는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인수자가 돈을 마련할 수 있는가?”다. 이는 수 십조원 예산도, 화려한 정책 프로그램도 필요 없다. 법 한 줄 이 해답이며 이는 배임의 족쇄를 푸는 것이다.
제도만 열리면 시장은 스스로 작동한다. 정부가 총알을 사줄 필요가 없다. 총알을 만들 공장을 허가해 주면 된다.
김태섭 피봇브릿지 대표 tskim@pivotbridge.net
〈필자〉1988년 대학시절 창업한 국내 대표적 정보통신기술(ICT) 경영인이며 M&A 전문가다. 창업기업의 상장 후 20여년간 50여건의 투자와 M&A를 성사시켰다. 전 바른전자그룹 회장으로 시가총액 1조, 코스닥 10대 기업에 오르기도 했다. 2009년 수출유공자 대통령 표창을 받았고, 그가 저술한 '규석기시대의 반도체'는 대학교제로 채택되기도 했다. 2020년 퇴임 후 대형로펌 M&A팀 고문을 역임했고 현재 세계 첫 디지털 M&A플랫폼 피봇브릿지의 대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