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기차 전환의 상징을 자처하며 13년 전 출범한 '제주 국제e모빌리티엑스포(IEVE)'가 존폐의 기로에 섰다. '전기차계의 다보스포럼'을 표방했던 거창한 초심은 사라지고, 안팎의 혹독한 평가 속에 두 자릿수 연륜이 무색하게 '동네 잔치'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e모빌리티 산업을 선도해야 할 국제 전시회가 정체성 모호와 운영 미숙, 불투명한 예산 집행으로 얼룩진 현실은 깊은 우려를 자아낸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실질적인 비즈니스 플랫폼으로서의 기능 상실이다. IEVE조직위원회는 매년 '50개국 500개사 참여'라는 화려한 숫자 마케팅을 내걸었으나, 정작 현대·기아차나 테슬라 같은 글로벌 톱티어 완성차 기업들은 외면했다.
지리적 한계로 인한 과도한 물류비와 체재비를 감수하면서까지 제주를 찾을 매력과 후속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지 못한 탓이다. 대기업이 떠난 자리를 일부 중소기업과 공기업으로 채우며 내실은 다지지 못했고, 행사 기간에 홈페이지가 마비되는 등 운영 미숙도 드러냈다.
더욱이 민간 행사 자생력을 갖추지 못한 채 지방자치단체(지자체) 보조금에 연명하는 기형적 구조는 혈세 낭비 논란을 키웠다. 매년 수억 원의 도비가 투입되면서도 총괄 결산 보고서나 감사 보고서가 전무하다시피 한 실태는 충격적이다.
지난해 개최된 행사의 지출 증빙마저 부실해 정산이 1년 가까이 표류하는 상황에서 관행적으로 보조금을 교부해 온 제주도의 안일한 행정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폐쇄적인 1인 독점 의사결정 구조와 독단적 운영이 계속된다면 예산 지원 전면 중단이라는 최악의 결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제 보여주기식 양해각서(MOU) 체결이나 관객 수 부풀리기 같은 구태를 과감히 청산해야 한다. 관련 기업이 제주를 찾아야만 하는 차별화된 가치를 증명하고, 계약 체결액과 투자 유치 등 데이터로 성과를 입증하는 비즈니스 중심으로 체질을 바꿔야 한다.
제주 국제e모빌리티엑스포가 청정 제주는 물론 대한민국 전기차 산업을 리딩하는 명실상부한 국제 전시로 거듭나려면 전면적인 인적·구조적 개혁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전기차 업계와 관할 지자체인 제주특별자치도, 그리고 중앙 정부까지 함께 참여하는 'IEVE 쇄신위원회(가칭)' 같은 거버넌스 기구를 조속히 구성해야 한다.
이 기구를 통해 그간 누적된 구조적 문제와 운영 한계를 명확히 짚어내고, 예산 집행의 투명성 확보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건설적인 방향의 새 출발 전략을 마련하기 바란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뼈를 깎는 혁신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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