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칼럼] K게임 골든타임 사수를 위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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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동양대학교 SW융합대학 게임학부 교수

올해 3월 말 발간한 2025 게임백서에 따르면 한국 게임 시장은 158억달러 규모로 글로벌 4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수치는 지독한 '착시 현상'이자, 곧 무너져 내릴 모래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냉정하게 계산기를 다시 두드려보자.

K게임의 맏형 격인 넥슨은 이미 일본에 본사를 두고 그 가치가 일본 시장으로 귀속되고 있다. 한국 온라인 게임의 원천기술과 방대한 데이터의 결정체였던 위메이드의 '미르' 지식재산(IP)마저 최근 9200억원이라는 파격적인 금액에 중국계 자본(네오펄스)으로 통째로 넘어갔다. 이 거대한 자본 종속과 매출 유출분을 한국의 총량에서 덜어내면 한국은 당장 독일과 영국에 밀려 글로벌 6위권 밖으로 추락할 위기다. K컬처 산업 전체에 치명적인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작금의 붕괴는 외부의 위협 때문만이 아니다. 우리 내부의 오만과 나태가 부른 참사다. 우리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춘 '트리플 A(AAA) 콘솔 게임'이 구세주인 양 떠드는 허상에 빠져, 정작 우리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쥐고 있던 '온라인 라이브 서비스'의 생태계 주도권을 놓쳐버렸다.

더 뼈아픈 것은 비즈니스 모델(BM)의 타락이다. 창의적인 게임성과 스토리텔링으로 승부해야 할 게임사들이 언제부턴가 확률형 아이템(가챠)이라는 손쉬운 수익 모델에 중독됐다. 게이밍(Gaming)과 갬블링(Gambling)의 경계가 무너지며, 청소년들의 뇌 보상회로를 자극해 도박의 심리적 진입로를 열어줬다는 비판에서 게임업계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 게이머들이 '한국게임은 믿고(?) 거른다'고 자조한다. 이같은 신뢰 붕괴는 철저히 공급자 중심의 오만한 수익 창출에만 매몰되었던 우리 게임 생태계의 자업자득이다.

이제 얄팍한 포장지를 벗어던지고 뼈를 깎는 자성과 쇄신에 나서야 한다. 반도체가 그릇이라면, 그 그릇을 채우고 글로벌 인공지능(AI) 시대를 호령할 진정한 킬러 콘텐츠는 바로 '게임'이다. 골든타임을 사수하기 위해 정부와 업계에 다음 네 가지 비상 실천 방안을 강력히 제언한다.

첫째, 게임 산업의 '국가 전략 산업' 신속 지정이다. 게임은 단순한 오락거리가 아니라 수많은 유저 데이터와 서버 테크놀로지, AI가 결합된 국가 안보 수준의 미래 기간 산업이다. 위메이드 매각으로 국가 공공재에 준하는 수천만 이용자 활동 로그 기록과 게임 원천 기술 등이 해외 자본에 속수무책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게임을 반도체에 준하는 국가 전략 산업으로 지정해 강력한 보호 및 육성 울타리를 쳐야 한다.

둘째, '게임진흥원' 연내 설립 또는 '대통령직속 국가 K게임 전략위원회' 가동이다. 언제까지 지지부진한 탁상공론만 반복할 것인가. 분산된 게임 정책을 하나로 모을 게임진흥원 설립을 조속히 매듭지어야 한다. 만약 부처 간 이기주의로 연내 설립이 어렵다면, 현장의 진짜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골든타임을 방어할 수 있는 대통령직속 국가 K게임 전략위원회라도 당장 가동해야 한다.

셋째, 'K게임 R&D 센터' 조속 추진 및 AI 게임 비상 대응 총력 지원이다. 중국은 사드 한한령으로 판호 빗장을 잠그더니, 충격적인 그래픽과 연출을 선보인 '원신'으로 한국 게임을 부지불식간에 압도했다. 이후 자체 엔진과 기술력으로 우리를 아득히 추월했다. 단기 성과에 급급한 개별 기업의 역량만으로는 이 기술 격차를 극복할 수 없다. 국가 차원의 명확한 K게임 비전을 수립하고, 글로벌 빅테크의 AI 툴에 종속되지 않을 독자적인 'AI 기반 게임 R&D 센터'를 세워 기술 주권을 회복해야 한다.

넷째, 게이밍과 갬블링의 완전한 선 긋기 및 '게임 이용자 신뢰 회복 비상기구' 출범이다. 과거의 확률형 아이템 중심 BM과는 완벽하게 결별해야 한다. 청소년 도박 등 사회적 피해를 방지하고, 유저들을 진정한 파트너로 리스펙트하기 위한 선제적이고 강력한 내부 자정 기구가 필요하다. 소비자의 주권이 철저히 보호되는 투명한 생태계만이 K게임이 다시 사랑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시간이 없다. 화려한 매출 착시 뒤에 숨어 허송세월할 때가 아니다. 지금 당장 비상행동에 돌입하지 않는다면, 선배들이 40년간 피땀 흘려 일궈온 K게임의 영광은 글로벌 거대 자본의 하청 기지로 전락하며 영원히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김정태 동양대학교 SW융합대학 게임학부 교수 game365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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