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국가 연구 제도개선, 신뢰가 밑바탕돼야

“연구자 중심의 예산 제도개선 과정에서 가장 자주 들은 말은 '당신이 책임질 수 있느냐'였습니다.”

연구제도 혁신을 담당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담당자의 회고는 제도를 넘어 신뢰라는 연구 현장의 숙제를 보여준다.

과기정통부는 연구자 중심 제도개선 방안 중 하나로 회의비와 출장비 등을 최소 증빙으로 사용하는 '연구혁신비'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전에는 갑작스레 발생하는 회의, 출장에도 사전 승인을 받아야 과제비를 쓸 수 있었는데, 일정 한도 내에서는 자율적으로 지출할 수 있도록 했다. 연구 현장의 애로사항을 제도에 반영한 대표 사례다.

그러나 이달 초 열린 성과 보고회에선 실효성을 제기하는 연구자들의 목소리가 나왔다. 나중에 연구주관기관으로부터 연구비와 회의비, 재료비 등 기존 항목이 존재함에도 왜 연구혁신비를 활용했는지 소명을 요구받을 것 같다는 우려다.

현장에 대한 이해보다는, '무사한' 과제 종료가 중요한 행정적 관점이 여전히 발목을 잡는 셈이다. 연구혁신비 설명과 함께 주관기관마다 다른 정산 기준을 통일하려는 과기부 담당자에게 책임 소지부터 따지는 풍토가 이를 여실히 드러낸다.

혁신은 신뢰에서 나온다.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연구비 자율성 강화와 행정 서식 개편 등 방안은 결국 연구자가 연구에만 몰입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규제 혁파 차원에서 도출됐다.

그렇다면 연구자가 정책 실효성을 걱정하는 것이 아닌, 정부를 믿고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관계 부처는 하반기부터 연구혁신비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남은 절차에 협력하며 정책 신뢰를 보일 필요가 있다.

연구 현장 역시 신뢰를 보여줘야 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중소기업의 연구개발비 유용 가능성 등을 우려해 연구혁신비 제도에 보수적 의견을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매년 국정감사에서 지적되는 문제다. 연구자 자율성을 전제로 한 제도 혁신인 만큼 연구계와 산업계는 투명한 지출과 우수한 연구 성과 창출로 효과를 입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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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윤섭 기자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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